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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20> 음악으로 듣는 천일야화 ‘세헤라자데’

2008년 10월, 아라비아 공주로 변신한 김연아는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유려한 연기와 테크닉, 화려한 의상과 강렬한 눈빛으로 관중과 심사위원을 사로잡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 선수가 2008·2009시즌 프로그램에 사용한 배경 음악이 바로 화려하고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다.

'세헤라자데'는 천일야화(千一夜話)인 '아라비안나이트'를 소재로 작곡됐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라비안나이트 속의 샤리아르 왕은 자신의 왕비가 흑인 노예와 통정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배신감에 치를 떤 왕은 매일 새로운 처녀를 왕비로 맞아 동침하고는 아침이면 죽이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대신의 딸 세헤라자데가 자청해 왕의 침소에 든다. 각 나라의 전설이나 역사에 정통했던 세헤라자데는 지혜를 발휘해 왕과 동침한 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새벽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평소대로 왕은 세헤라자데를 죽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끝나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음 날 계속 듣기 위해 그녀를 살려준다.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는 매번 새벽녘이 되면 절정에 이르렀고,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는 천 일 하고도 하룻동안 계속됐다. 그러는 동안 여자를 증오하는 왕의 병은 치유되었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세헤라자데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적 완숙도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완성한 작품이다. '세헤라자데'는 1악장 '바다와 신밧드의 항해', 2악장 '칼렌다 왕자 이야기', 3악장 '젊음 왕자와 젊은 공주', 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 등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전곡에 걸쳐 짙게 배어 있는 이국적이고도 관능적인 동양적인 정취와 단순하고도 호소력 짙은 선율로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 든다.

이 작품의 각 악장에는 바이올린 독주가 삽입돼 있다. 이 바이올린 독주는 여주인공 '세헤라자데'를 묘사하고 있고, '아라비아나이트'의 이야기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샤리아르 왕을 표현한 멜로디가 있는데, 이것은 왕의 위엄과 두려움 공포를 표현하고 있다. 세헤라자데를 표현한 바이올린 독주를 잘 감상해보면 왕을 사로잡을 만큼 상냥하고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그녀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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