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경로당 언박싱(Unboxing)하기

이욱열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이욱열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이욱열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지난 2월 18일부터 경상북도 23개 시군의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 수행기관 컨설팅 및 모니터링을 했다. 이는 '도민과 함께하는 이웃사촌 복지경북' 실현을 위한 민선 7기의 정책과제로 도내 23개 시군의 7천여 경로당에 460명의 행복도우미를 파견하는 사업이다. 어르신들이 사는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이웃사촌 복지사업과 함께 설계됐는데,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경북도만 시행하고 있다.

2019년 8월 시작한 이 사업은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장기간 경로당이 폐쇄돼 순탄하게 운영되지 못했다. 경로당이 폐쇄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프로그램 활동은 물론 만남과 소통, 관계 맺음과 정 나눔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23개 시군, 460명의 행복도우미들은 7천여 경로당을 대상으로 어르신 돌봄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초래한 단절의 상황에 알코올 의존 경향을 심화시킨 어르신을 찾아 말벗과 상담, 설득으로 단주 프로그램으로 연결시키는가 하면, 악덕 업자에게 속아 관광 상품 등을 구매해 피해를 입은 어르신이 보상을 받도록 도왔다. 또 경로당이 폐쇄된 상태에서 낡은 가스 배관 누유를 발견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등 이웃사촌, 마을 가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로당 행복도우미 지원사업의 긍정적 효과는 여러 가지이며 그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과거 동네 사랑방 역할에만 머물러 있던 경로당에 체계적인 활성화 프로그램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경로당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도우미(사회복지사)가 주 1회 이상 경로당과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벗을 해 드리면서 안부·안전을 확인하고,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고 필요한 경우 직접 서비스를 연결하는 ▷복지 코디네이터 역할(건전하고 생산적인 여가 활동)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역할(어르신들의 만남과 소통, 활동 공간인 경로당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용) 등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노인 시설(senior center)의 충분한 시설 공간과 다양한 운영계획에 비추어 볼 때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또 사회 서비스 분야의 고용 창출 효과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복지는 사람을 통해 전달되기에 이 분야에 국가가 투자하면 거의 전액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것을 경북도가 증명한 셈이다.

이미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현금 복지가 성장 및 고용에 마이너스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경험하고 서비스 복지의 비율을 앞다투어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산업별 고용유발계수(2018년 기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를 살펴보면 사회복지 부문의 유발계수는 26.53으로 타 산업(제조업 4.68, 건설 8.47, 서비스업 9.41, 의료·보건 10.22, 교육 11.65)에 비해 2~4배 이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서비스 복지 부문의 투자가 많은 고용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에게 부족한 서비스 복지는 아직 많다. 또한 복잡한 서비스 복지 전달 체계도 수요자 중심으로 시급히 개편돼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로당 행복도우미 지원사업은 기존 경로당의 변화와 서비스 복지의 일자리 창출, 어르신 복지 증진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경북형 공적 노인 돌봄 체계 구축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는 경북도의 경로당 언박싱, 이제 시작일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