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5위로 발표됐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불편하다. 경제 대국으로 잘사는 나라에, 잘 못 사는 국민인 셈이다. 삶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인생을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는가' '보다 나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도 없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가정이 있든 없든, 남녀노소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왜 이토록 행복지수가 낮을까?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있다,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월급 받아서 열심히 저축만 하고 재테크를 하지 않아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한 사람들이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한 말이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의 줄임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듯하여 불안한 사람, 영혼까지 끌어와 투자하는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의 행복지수는 낮다. 불행하지는 않은데, 행복하지도 않다. 상대적 빈곤이 그려낸 자화상이다.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데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그려보곤 한다. 위인전을 읽으면 훌륭한 의인이나 봉사와 헌신적인 삶을 생각하게 된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우리는 소소한 맛집이나 여행지에서의 행복한 모습을 SNS에 올리는데, 언젠가부터 명품과 고급차에 해외 로케이션 사진을 올리면 마치 더 많이 행복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마다의 삶과 환경이 다른데, 지향하는 미래의 그곳에 현재의 내가 있지 않음에 욕구불만이 생기고 불안한 마음이 깃드는 것이다.
현 정부는 자그마한 촛불이 하나둘 모여 탄생했다. 공정하지 않음에 대한 봉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평등과 불공정을 보면서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청년 세대들이 꿈을 키워 갈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부의 불평등은 심화돼 열심히 노력해도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아니, 성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사다리마저 걷어차인 기분이다.
오늘날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노력해서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있는 이삼십 대가 얼마나 될까? 그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사는 집을 위해 봉사한다. 월세를 맞추기 위해, 전세금을 올려주기 위해, 대출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집이 족쇄가 돼 청년들이 빛이 없는 어둠에 갇혀 살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보다 계획적이고 안정적으로 내 집 마련을 계획했을 것이다. 아끼고 저축하면 3년 후, 5년 후, 적어도 10년 후에는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있다는 꿈, 지금은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3%가 무주택 가구다. 급등한 주택가격에 무임승차한 사람은 벼락부자, 그렇지 못한 사람은 벼락거지가 된 신세다.
현 정부 들어 평등과 공정을 내세운 주택법과 시행령 부칙은 무려 45차례 개정됐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도 16번 개정되었지만 아직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대다수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보유하지 못한 사람 모두에게 혹평을 듣고 있는 것은 근시안적인 부동산 정책 때문일 것이다. 지난 25번의 부동산 대책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신뢰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누구나 노력하면 행복한 가정의 울타리가 되는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작은 꿈, 부지런히 저축하면 조금 넓은 집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 헌 집에서 새 집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이다.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행복한 부동산 정책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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