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초입의 청도읍성은 작약과 수련 천지다. 새빨간 작약과 물 위에 뜬 수련을 마주하고 두어 키 높은 탄성을 지르는 건 기본이다. 작약과 수련이 빚어낸 풍광에 사방을 둘러싼 녹음까지 감상하노라면 있는지도 몰랐던 색감이 예민해진다.
청도읍성과 가까운 곳에 근래 들어 입소문이 난 책방 '오마이북'이 있다. 북카페 겸 책방 겸 북스테이 공간을 겸하는 공간이다. 동네책방으로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크다. 청도 남산 자락에 있는 이질적인 건물 한 채다.
통상적인 서점을 떠올리면 어울리지 않는 구조다. 북스테이 공간으로 익히 알려진 안동의 북카페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다. 비치해둔 새 책만 3천 권이 넘는다. 장식용 겸 열람용 책까지 합하면 1만 권에 달한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에서 태성서적을 오랜 기간 운영해온 김인식, 박영희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이들은 2019년 6월 6일 청도에 오마이북을 열면서 자연스레 태성서적의 문도 닫았다. 부부는 이곳을 전업형 서점이라고 했다. 자신들을 서적 유통 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자라고 소개했다. 책방을 열어봐야지, 라는 로망에서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인식 씨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판매 서점이라 여기고 시작했다. 서점으로 오래 존재하려면 책을 주로 팔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음료를 팔고 있긴 했지만 주로 팔리는 것, 팔아야 하는 것은 책이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차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서점이긴 하지만 음료가 주력 종목이 아닌 만큼 서점과 카페 공간이 명확히 1, 2층으로 분리돼 있다. 명확히 분리해놔도 두 공간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자연스레 연결된다. 1층에서 책을 샀다면 누구든지 2층으로 올라가 청도의 너른 들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오마이북이 갖추고 있는 것들을 둘러보자 '서점'이라고 강조한 이유가 드러난다. 아이들을 위한 퍼즐놀이나 어린이용 만화책까지 있다. 학교 앞 서점이 구비하고 있는 문제점 빼고는 다 있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책을 위한 공간임을 명확히 했다. 남향이 아니다. 묫자리로 명당자리 쓰듯 풍수지리를 활용한 건 아니었지만 햇볕이 머무는 시간, 햇빛이 들어오는 입사각, 노을이 질 때의 풍광, 이용자가 누리게 될 전망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건물로 보였다.
북큐레이션을 보면 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런 색깔도 거의 없었다. 외려 그런 색깔이 없는 게 자신들의 색깔이라고 했다.
시골에 있는 책방은 뭘 하든 집중되는 효과가 있다. 사람이나 공간 자체가 지역의 자산이 되는 셈인데 오마이북 역시 문화사랑방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박영희 씨는 "올해부터는 지역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동네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독서모임뿐 아니라 시골에서 사는 다양한 방법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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