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을 두고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도 소개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이 유치전에 찬물을 끼얹는 뉴스들이 보도되고 있다. 특히 이건희 미술관 건립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를 요약하자면 내용은 이렇다.
"많은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에 건립해야 빌바오(Bilbao) 효과가 나타나고 지방 도시들의 유치 경쟁 과열로 인한 엄청난 국고 손실을 막을 수 있다."
해당 발언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나치게 수도권 중심의 발언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시다시피 황희 장관은 서울 양천갑을 지역구로 둔 현역 국회의원이다.
얼마 전, 취임 100일을 맞아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황희 장관이 제시한 결정 기준인 '기증자의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 이 두 가지 원칙을 보더라도 대구는 이건희 미술관 건립지로서 손색이 없다.
첫째, '기증자의 정신'이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외가가 대구 달성인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자신의 탄생지인 호암고택을 다시 매입했으며 최대 주주였던 삼성생명을 통해 대구은행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한 바 있다. 또 그가 대구 연고지 야구팀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는 유족들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라이온즈 지분을 대구시에 기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둘째, '국민의 접근성'이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고 있는 대구는 인구 240만 명의 대도시일 뿐 아니라 그 배후로 경북 250만 명, 부울경 800만 명 등 약 1천300만 명의 인구가 밀집한 영남의 지리적 중심이다.
또한 2시간 남짓 거리에 광주와 대전, 전주, 세종, 청주 등 대도시도 있다. 용인의 호암미술관과 대구의 이건희 미술관을 연계하면 사실상 범삼성계 미술관은 전국적인 입지 차원에서 균형감을 가지게 된다.
문화관광산업 측면에서 보더라도 삼성의 발원지인 대구 중구 교동, 제일모직의 신화가 남겨져 있는 북구 침산동, 외가이자 사육신의 얼이 서려 있는 달성 하빈 사육신 기념관 등의 존재는 이건희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 문화 콘텐츠로도 손색이 없다.
나아가 대구 인근에도 애니콜 신화를 만들어 낸 구미, 아버지의 고향 경남 의령, 초등학교를 나온 부산 등이 있어 이건희 미술관은 영남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명소가 돼 지자체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 문제로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가 소환됐다.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건립 후보지에서 지방 도시를 배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쇠퇴한 철강 도시인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한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인구 유출과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도시들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 더군다나 빌바오는 수도 마드리드와는 400㎞ 이상, 바르셀로나와는 500㎞ 이상 떨어져 있다. 최소한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유치를 위해 빌바오 효과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제대로 된 빌바오 효과를 누리기 위한 이건희 미술관 건립 최적지 중 하나는 영남, 호남, 충청을 아우를 수 있는 대구다. 유치 경쟁이 아니라 처음부터 대구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는 의견도 있다. 외국 속담에 "태어난 고향이면 무덤조차 감미롭다"는 말이 있다. 글로벌 삼성을 이끈 이건희 회장의 애정이 담긴 미술품들을 그의 고향 대구로 보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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