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범계의 ‘검수완박’, 정권 수사 막으려는 꼼수일 뿐

법무부가 6대 중요 범죄(부패·경제·공직 기강·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통제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원천봉쇄하려는 박범계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법무부가 최근 일선 검찰의 의견 수렴에 착수한 조직 개편안의 내용을 보면 그런 비판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각 지방검찰청 산하 25개 지청이 6대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 사전에 검찰총장이 요청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의미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상시화해 검찰 수사마다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17개 지검이 6대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 반부패수사부·공공수사부 등 전담 부서가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전담 부서만 6대 범죄를 수사하고 나머지 형사부는 수사할 수 없도록 하며, 전담 부서가 없는 지검의 경우 형사부 중 마지막 부가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되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됐음에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것이 확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왜 이렇게 개편안을 짰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서울중앙지검의 6대 범죄 수사는 전담 부서의 책임자로 측근을 앉히면 이 지검장이, 전담 부서가 없는 지검의 6대 범죄 수사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통제할 수 있다. 즉 전국 25개 지청의 수사는 박범계 장관이, 17개 지검의 수사는 '김오수 총장'이 통제하는 '콤비 플레이'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원지검 형사 3부의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 대전지검 형사 5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혐의 수사, 전주지검 형사 3부의 '이상직 의원 횡령·배임 의혹' 수사 같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무슨 죄를 얼마나 지었길래 이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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