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 및 미술품 2만3천여 점을 전시할 미술관 입지로 수도권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한 서울 언론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작품을 향유하기를 바란 기증자의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 등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놓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도시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할 경우 '빌바오 효과'(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쇠락해 가는 도시를 다시 번성하게 하는 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지방 도시들의 유치 과열 경쟁으로 엄청난 국고 손실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의 말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수도권이 '빌바오 효과'에 기대야 할 만큼 쇠락하고 있는가? 문화예술 시설이 차고 넘치는 수도권에 '이건희 미술관'을 더한다고 '빌바오 효과'가 얼마나 생기나? 접근성도 마찬가지다. '접근성과 많은 사람의 이용'을 잣대로 한다면 모든 시설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 그런 논리라면 원전과 화장장도 서울 한복판에 짓는 게 마땅하다.
과열 경쟁 우려라니! '이건희 미술관'처럼 도시 발전에 획기적 전환이 될 '자산'을 지자체들이 유치하려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체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이건희 미술관 최적지를 찾을 것인가'이지, '과열경쟁 우려'가 아니다. 공정하게 공개 평가하면 된다. '과열 경쟁이 우려되니 수도권에 짓겠다'는 발상은 '사업 이익을 나누자니 싸움 날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다 가지겠다'는 도둑놈 심보다.
1970년대 산업화 시작 이래 우리나라는 적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집중화'를 택했다. 그 시절엔 밑천이 없으니 집중화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토를 넓게 써야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황 장관의 말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 산업화 시대를 넘어 새로운 도전이라는 비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황 장관은 '국고 손실'을 염려한다지만, '이건희 미술관'을 수도권에 짓는 것이야말로 국고 손실이고, 이건희 컬렉션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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