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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sight] TK는 무능해졌나? 물러졌나?…대구경북은 낙하산 착륙장!?

TK 기관장, 잇따른 퇴직 공무원 낙하산?
코로나 '블루' 극복할 '지역형' 인재 필요
지역 정치권, 자기 역할 '확실히' 해야!

대구시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위치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시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위치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전경. 매일신문DB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요즘 대구지역 사회의 분위기가 우울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코로나 블루 탓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엄청난 시련을 겪은 뒤, 'with 코로나 일상'이 생활화 된 덕분에 낮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유흥업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닷새 만에 누적 확진자 158명을 기록하면서 우려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변이 바이러스 여부에 대한 자체 검사 권한을 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주요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높아 감염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혹시 대구 유흥업소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일 가능성을 신속하게 직접 확인하기 위한 조치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전국 어느 시·도 보다 높은데다, 중소기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구조 탓에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적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 곳 또한 대구이다. 백신 접종률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현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코로나 블루'를 피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구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이 적극 유치에 나선 '이건희 국립근대미술관(이건희 미술관)'에 관한 뉴스도 우울하긴 마찬가지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 정부는 수도권에 별도의 미술관을 지어 보관·전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희 장관은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당위성을 늘어놓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2주기 추도식이 지난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황희 장관은 자칭 '친노·친문'으로 불린다. 황희 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설립 당위성' 논리대로라면 '모든 좋은 것은 수도권이 뭉땅 차지해야 한다'는 아집으로 결론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혼신의 힘을 들여 이룩하고자 했던 '국가균형발전'은 남의 일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은 없고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가짜' 정신 계승자 사기꾼이 판치는 세상이라는 우울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 이유이다. TK는 또 다시 '가짜들의 희생양'이 될 것 같다는 우려가 크게 든다.

전체적 분위기가 우울에 빠져들수록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희망을 만들고 도전 의욕을 북돋우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하지만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최근 대구지역 주요기관의 기관장들은 한결 같이 '외부 낙하산' 일색이다. 대구테크노파크와 경북테크노파크의 원장들은 모두 퇴임한 중앙부처 관료들이 차지했고, 퇴임한 중앙부처 관료 출신인 00개발연구원의 원장은 경영성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이사회에서 해임 결정이 내려졌다.

논란은 있다. 00개발연구원 노조는 "(원장의 해임 결정은) 이사회와의 불협화음 때문이다,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시민단체는 이사회 결정에 대한 산자부의 감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조 측에서도 인정했듯이 낙하산 원장과 이사회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고,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관이 제대로 지역사회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과 코로나 블루로 힘든 지역사회의 현실에서 이런 갈등은 대구지역 지도자들의 무책임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지역 인사들은 '무능한 사람들뿐인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지역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이 있다면 천리라도 멀다하지 않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야 한다. 문제는 내려오는 사람마다 퇴임한 전직 중앙부처 공무원들이고, 그중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어 보이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탁월한 능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퇴직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 오해마시길 바란다.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해 많은 능력을 축적했을 가능성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능력도 그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있을 때 충분히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생면부지의 낯선 곳에 코로나19로 소통과 접촉이 아주 제한된 상황에서는 자리만 지키고 세월만 보내다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구지역 사회가 감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 낙하산 인사를 지켜보면서, 마치 TK(대구경북)가 문재인 정권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낙하산 착륙장이 된 듯한 모멸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제4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대경첨복재단) 이사장 공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상황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영호 제3대 대경첨복재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실장 출신이다. 1대 때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출신인 김유승 이사장이 선임되었다.

외부영입 인사인 셈이지만, 역량만큼은 인정받을 만한 분들이다. 이분들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갖춘 분을 모셔올 수 있다면 다할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TK가 '만만한 낙하산 착륙장'으로 인식되어 그렇고 그런 퇴직 공직자가 시간 보내기로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차상훈 충북의대 교수를 선임했다. 차상훈 신임 이사장은 충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재)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이사장,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전문위원,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이사장(현, 비상임) 등을 역임했다.

TK에는 '이런 인물이 없나'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 제발 대구경북에 대한 아무런 기반과 애정·열정이 없는 인물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시간만 때우는 행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만으로 기관을 이끌기에는 너무나 많은 제약을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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