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헌 기자의 C'est la vie] 다문화 관련 사회적 기업 ㈜오디에스 이나현 대표

2012년부터 결혼이주여성 교육 지원사업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사람의 어울림 통한 성장이 목표"

이나현 ODS 대표가 다문화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나현 ODS 대표가 다문화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냥 개인 회사로 계속 운영하면 돈은 더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죠. 그랬더니 '당신이 더 행복한 일을 하면 좋겠다'며 흔쾌히 응원해주더군요. 지금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하하."

대구에서 유일한 다문화 관련 사회적기업인 ㈜오디에스를 이끄는 이나현(49) 대표는 2013년 사회적기업이 된 뒤 일하는 재미가 훨씬 크다며 웃었다. 대구의 결혼이주여성 사이에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중 하나로 꼽히고, 친정 엄마처럼 고맙게 생각한다는 인사를 자주 듣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오디에스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사람의 어울림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 결혼이주여성뿐 아니라 취약계층, 경력단절여성의 재능 계발을 위한 글로벌 교육·문화콘텐츠 기업이다. 회사 이름은 'Our Dream in Society(공동체 속 우리들의 꿈)'의 약자이다.

상근 직원 8명 가운데 3명은 베트남, 대만, 키르기스스탄 출신이다. 비상근 직원 42명 중에도 24명이 13개 국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교육받은 뒤 각급 학교에서 방과후수업 강사, 통·번역가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말 소통조차 어려워하던 다문화 여성들이 어엿한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합니다. 음악, 드라마, 음식 등 이른바 K문화가 뻗어나가는 데에도 이들의 역할이 크죠. 결혼이주여성들은 지역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문화 창조와 이미지 개선을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큰 힘이 될 겁니다."

이 대표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이었다. 경력단절여성들을 평생교육 전문가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중 우연히 필리핀 출신 주부 2명이 수강생으로 참여하면서다. 자녀 교육을 위한 소양은 물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는 결혼이주여성들의 고민을 알게 된 그는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시작했고, 지금은 전체 사업의 80%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한 교육에 그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초·중·고 아이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인식을 익힐 수 있는 다문화 이해 수업이 중심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가 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대면 교육이 중단된 뒤에도 그의 아이디어는 멈추지 않았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교육 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마음에서 교육청과 연계해 학교 알림장 번역 서비스를 내놓았다. 매일 하교 시 담임교사가 작성한 알림장의 내용을 이중언어 강사에게 SNS를 통해 전달하고, 이중언어 강사는 이를 베트남어 또는 중국어로 번역해 학부모의 SNS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엄마의 도움이 더욱 필요해졌는데 정작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됐죠. 번역된 알림장을 전달받은 학부모는 숙제, 학습준비물, 학교 행사, 생활지도 등에 대한 내용을 자신의 모국어로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이들을 위한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깨닫게 돼 올해 1월 상담지원센터도 새로 열게 됐습니다."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사회적경제대학원인 대구가톨릭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2018년 '나는 사회적 기업이다'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회적기업이 등장했지만 자신에게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분야에서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이 책은 대학 교재로도 쓰이고 있다.

"대구에 저희 말고도 다문화 관련 사회적기업이 있었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문을 닫아야했습니다. 그래서 늘 지속성 확보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 해결도 좋지만 일자리가 없어지면 안되니까요. 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다문화 관련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랍니다. 저희 회사 같은 곳이 필요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다문화 도서 시리즈·북아트 키트 출시, 한국어 교실 운영, 다문화 창작동화 공모전 주최, 다문화 캐릭터 '저스트 프렌즈'(JUST FRIENDS) 해외 수출 등의 성과를 이어온 오디에스는 이같은 공로로 큰 상을 여럿 받았다. 2015년에는 대구고용대상 우수상, 2016년에는 대구 사회적기업 혁신상 대상, 2017년에는 전국 우수 사회적기업 어워드 장려상, 2018년에는 대구경북 중소벤처기업 대축전 동상을 수상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