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1Y·코숏)이가 내원했다. 추위가 가시지 않던 3월 말 아파트 인근에서 아옹거리는 새끼 고양이를 보호자가 발견하셨다. 동물병원에 첫 내원 당시 삼월이는 눈이며 얼굴 전체가 피고름 딱지로 덮여 있었으며 영양 상태도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에는 치료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었지만 가족들의 보살핌 덕분인지 지금의 건강한 순둥이로 자라났다. 삼월에 맺은 인연이라 이름도 삼월이라 지으셨다.
예방접종 하러 오신 터에 가족들이 재미난 질문을 하셨다. 고양이가 물건들을 소파와 냉장고 밑에다 숨기는 이유를 궁금해하셨다. 좋아하는 애장품은 담요 밑에다 숨겨주기도 한다고 하셨다.
고양이는 왜 물건들을 가지고 놀다가 소파나 침대 밑에 감출까?
고양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물건들을 혼자서 잘 가지고 논다. 앞발을 이용하여 이리저리 튕겨가며 마치 살아있는 쥐를 사냥놀이 하듯 물건을 튕겨가며 잡는 행동을 반복한다. 방울 달린 공 장난감, 알록달록한 머리핀, 병뚜껑, 양말 등을 선호하는 듯하다.
집사들이 애장하는 알록달록한 양말 한 켤레가 사라졌다면 고양이의 소행을 의심하게 된다.
고양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작은 물건들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소파나 냉장고 아래 깊숙한 곳으로 굴러가기도 한다.
이불 속에 덮인 물건들은 고양이의 눈에 띄는 순간 다시 장난 거리가 되지만, 냉장고나 소파 깊숙이 들어간 물건들은 고양이도 관심을 잃어버린다.
오래간만에 구석구석 방 청소를 하거나 가구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물건들이 하나둘 발견되면 가족들은 고양이가 물건들을 숨겨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드물지만 고양이들 중 일부는 자신에게 해를 끼친다 싶은 물건, 발톱 깎기 등을 소파나 냉장고 아래 깊숙이 숨겨버리기도 한다. "보기 싫어, 저리 가!"라는 것처럼.
가족들도 삼월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일부러 숨긴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그래서 그 이유를 나에게 물으셨다.
삼월이의 생각을 듣지 못하니 확답을 드릴 순 없었고, 이렇게 설명을 드려야 했다.
"집사를 골탕 먹이겠다는 의도된 행동은 아닐 겁니다. 고양이는 사냥놀이 본능에 의해 앞발로 물건들을 툭툭 튕기는 습성 때문에 이불 속이나 소파 아래로 숨겨졌을 가능성이 커요. 삼월이 오해하지 마세요…."
고양이는 지켜보는 자체가 신비하고 늘 즐겁다.





수의학박사 박순석(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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