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백신 지원에도 코로나 핑계 대며 한미 훈련 재개 않겠다는 文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미국 측도 북-미 관계를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병력과 장비를 실제 기동하는 한미 연합 훈련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실기동훈련은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회담 이후 대북 협상 및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중단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돼 왔다.

문 대통령의 말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한국군 장병에 대한 백신 지원을 약속한 '뜻'을 부정하는 처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지원이 "한국군뿐만 아니라 미군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대면(對面) 연합 훈련 재개가 아니라면 바이든 대통령이 왜 이렇게 말했겠나?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 직후 국군 장병들이 미국이 제공한 백신을 8월까지 다 맞을 경우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실기동훈련이 정상적으로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의 배경 설명은 이런 전망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백신 제공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 미군과 연합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한국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8월 연합 훈련 축소를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카드로 쓰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큰 오판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부정적이다. 핵문제에서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대화는 없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이다. 그리고 미 행정부는 물론 미군 내에서도 북한과 협상 카드로 한미 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미 훈련 축소를 북한과 대화 카드로 쓰겠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방을 희생시키는 것이란 점에서, 그리고 백신 지원을 통한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라는 한미 간의 묵시적 약속을 깨는 것이라는 점에서 용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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