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의 작품 가운데 자장가 용도로 만들어진 음악이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곡의 구성은 부드럽고 우아한 사라방드 형식의 아리아로 시작해 서른 개의 변주곡이 뒤따르고 마지막에는 처음에 연주했던 아리아를 반복하며 곡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서른 개의 변주곡은 세 번째 변주곡마다 카논(일종의 돌림노래)이 반복된다.
이 작품은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18세 초 독일 드레스덴에 머물던 러시아 대사 카이저링크 백작은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골드베르크라는 젊은 챔발로 연주자를 고용해 밤마다 잠들 때까지 옆방에서 챔발로를 연주하게 했다. 하지만 그의 불면증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백작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바흐에게 잠을 잘 오게하는 음악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흐는 변주곡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장가치고는 매우 장대하고 서양 음악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작품을 창작해 그에게 헌정했다. 카이저링크 백작은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골드베르크를 불러서 이 곡을 연주해 달라고 했다. 작품 제목도 연주자 이름을 따 '골드베르크'라 붙였다. 백작은 이 곡을 무척이나 좋아해 바흐에게 금으로 만든 잔에 금화를 가득 담아 선물했다고 한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면 꾸벅꾸벅 조는 사람,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총 연주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하프시코드 독주는 클래식팬조차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느릿한 음악 소리와 꿈결을 헤매듯이 계속되는 코드를 따라 유영하다 보면 어느새 두 눈이 스르륵 감긴다.
그러나 잠이 오든 안 오든 간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훌륭한 작품이다. 선율의 아름다움과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분좋게 듣고 있으면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솔솔 올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의 변주가 주는 새로운 세계를 짚어가며 듣다 보면 잠은커녕 오히려 강한 각성효과까지 들기도 한다. 서른 개의 변주곡이 진행되는 동안 다채로운 음악이 귀를 사로잡고, 또 이 모든 것이 아리아를 기반으로 변주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큰 통일성을 이뤄 산만함은 찾아볼 수 없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음악의 위안이 큰 힘이 된다. 마음이 어지럽고 힘이 들 때, 혹은 카이저링크 백작과 같이 잠이 쉬이 들기 어려울 때, 이 작품을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자장가인지, 아님 각성 효과가 드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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