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멋대로 그림읽기] 최정인 작 'flower in the cuBe'

130.3X130.3 oil on fabric

최정인 작 'flower in the cuBe' 130.3x130.3cm oil on fabric

우리는 스스로를 참 똑똑하다고 여길 때가 많다. 그 결과 진실 속 허구를, 허구 속 진실을 너무나 쉽게 간과한다. 똑똑한 '나'로 단단히 무장할수록 '타자'에 대해서는 그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해 윽박지르기 일쑤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3차원 공간 속에 존재하는 사물은 모두가 입체성을 지니지만 시각은 엄밀히 말해 2차원적인 단면만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습관적 혹은 의식적으로 어느 사물(사람)에 대해 다 안다고 착각하며 산다. 감성적 감각과 이성적 논리를 두루 갖춘 수단은 없을까?

최정인 작 'flower in the cuBe'는 빨강에 가까운 짙은 분홍을 써서 동일 대상인 꽃을 7개의 조형요소로 화면에 배치했다. 꽃을 바라보는 작가의 감성적 시선도 중첩되어 있다. 이는 동일 대상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후 그 하나하나의 이미지를 작가의 조형의식에 맞춰 위, 아래, 옆 등 꽃의 양태와 수술의 모양을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이는 단면과 보이지 않았던 이면을 한 화면에 드러냄으로써 최정인은 감성과 이성이 융합된 '존재의 메시지'를 회화에 담고 있다. 작품 제목 'flower in the cuBe'에서 'cuBe'의 B가 대문자인 이유는 '존재'를 뜻하는 'Be'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배경도 캔버스 표면에 젯소(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회화 재료)를 엄청 두텁게 바르고 물감 칠을 한 후 사포로 벗겨내고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을 되풀이해 거칠고 낡은 느낌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런 밑 작업을 통해 빛바랜 배경과 대비되는 붉고 아름다운 꽃을 조형언어로 사용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경쾌함과 생동감'을 그려냈다. 'flower in the cuBe'를 보면서 '나'를 가둬버린 공간적 한계와 아집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각적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정인은 단순히 정물대상으로 꽃을 그린 것이 아니다. 꽃의 평면적인 형상과 꽃이 가진 서정적인 색채의 의미를 일종의 상징적인 기호로 내세워 그림 속에는 없는, 미처 그려지지 않은 무엇을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관념화된 사고의 고착화를 지양하고 상징성이 내재된 기호적 조형언어를 통해 의미의 확장을 꾀하자는 작가만의 회화적 언어이면서, 한편으론 타자의 '다름'이 더 이상 '틀림' 아니라 '관용 혹은 인정'이 되는 '열린 세상'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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