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신 맞으면 "자식들 손 잡을 수 있다니"…요양시설 어르신들 반색

접종 완료하면 대면 면회 허용…보호자들도 서둘러 접종 신청
잦은 외부인 방문 감염 우려도

지난 3월 경북 경산 양지요양병원 면회실에서 한 부녀가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3월 경북 경산 양지요양병원 면회실에서 한 부녀가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경우 요양병원·요양시설 대면 면회가 가능해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방역당국은 1일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 환자 또는 면회객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대면 면회가 허용된다고 밝혔다. 면회는 시설 내 독립된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과 음식물 섭취 금지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이뤄진다.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코로나19 고위험시설인 탓에 그간 면회가 금지되거나 비대면 면회만 허용됐다. 어버이날이나 생일 등 가족행사에도 부모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어르신들은 가족을 맞이할 기대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A(55) 씨는 "자식들이 1년 넘게 찾아오기 어렵다보니 '왜 우리 딸을 못 보게 하느냐'며 눈물을 쏟는 어르신도 있었다. 어르신에게 '이제 곧 보러올 수 있다'고 했더니 연신 '고맙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구 서구 상리동의 요양원 원장 B(62) 씨는 "그동안은 비대면 면회를 하더라도 투명 가림막 너머로 얼굴만 볼 수 있었다. 손 한 번 잡아보는 것과 얼굴만 보고 돌아가는 건 다르다"며 "대면 면회와 관련해 문의하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 '엄마를 빨리 보려면 내가 백신을 맞아야겠다'고 말하는 보호자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스런 목소리도 많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자가 모여 있다 보니 긴장을 늦췄다간 감염이 일파만파 퍼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C(57) 씨는 "비대면 면회는 감염 우려 때문에 보호자들이 자주 와야 한 달에 한 번꼴로 왔지만, 대면 면회를 허용하면 외부인들이 시설에 더 자주 드나들 것"이라며 "최근 변이바이러스도 나타난데다 백신 안전성 문제도 여전하다 보니 걱정이 크다"라고 했다.

대구 서구 평리동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백신 접종부터 대면 면회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 시설 내 독립된 공간에서만 면회가 가능하다는 통보가 왔는데, 비대면 면회 공간 외 대면 면회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대면 면회를 진행하더라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을 해야 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외에는 시설별 상황에 맞게 면회를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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