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 세 가지 측면

정영만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회장

정영만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회장
정영만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회장

지난 4월 28일 '세기의 기증'이라 일컫는 2만3천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컬렉션 기증이 발표된 다음 날인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별도 공간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건희 국립근대미술관(가칭) 유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까지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힌 지방자치단체는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세종 등 전국 20여 곳에 이른다. 이는 컬렉션의 문화 가치적인 면모로 볼 때 향후 관광산업, 달리 말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까닭이다.

필자는 '스토리텔링'과 '건립 비용', 그리고 '균형발전' 세 가지 측면에서 대구를 가장 우선 지역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스토리텔링' 면에서의 고려다. 스토리텔링은 '일류' 아니 소위 '명품'을 가르는 척도다. 새로 건립될 미술관 역시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컬렉션 기증 주체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인 만큼 삼성가의 스토리를 엮어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삼성상회(중구 인교동) 창업과 성장의 토대가 되었던 제일모직(북구 칠성동), 그리고 삼성의 과거와 미래를 꿰뚫을 삼성창조캠퍼스(북구 침산동)를 스토리에 녹여야 한다. 또 지역민들의 성원과 함께하는 삼성야구단 및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수성구 고산2동)의 이야기와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인교동) 연고는 물론, 삼성이 헌납한 대구오페라하우스도 기업 정신에 품을 수 있어야 비로소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는 입지로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대구와 삼성, 이병철·이건희 회장과의 인연은 전국 다른 어느 도시보다 깊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건립 비용적 측면이다. 막대한 국고가 소요되는 만큼 건립에 필요한 지출 규모는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는 비단 미술관 건립 비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건립 부지 인근 공항·육로를 포함한 교통과 그 밖의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비용까지를 고려해 볼 때, 미술관 신축 부지는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 부지가 적당하다. 그리고 그 부지가 앞서 말한 스토리를 담은 곳과 인근에 있으며, 역사성과 상징성, 접근성과 발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해당 지역 전체를 일종의 테마존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대구는 신축 부지로 시청 별관과 이 회장 생가 터인 중구 인교동 일대 외에도 다수의 부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치에 적극적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 신청사 부지인 두류정수장 부지 절반을 떼어 내서라도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바가 있어 이러한 전망은 더욱 타당해 보인다.

셋째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문화시설 2천800여 개 중에 36%, 미술관 200개 중에 5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신축 미술관은 남부권으로의 검토가 타당해 보인다. 특히 대구는 일자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등의 요인으로 성장 모멘텀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관광을 표방하며 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메디시티를 추진하고 있으나 '볼거리와 놀거리 부재'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따라서 신축 이건희 미술관과의 연계는 남부 내륙지방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규모의 미술품 기증으로 기억될 이 위대한 결단의 안착지가 서울이 아닌 대구로 결정돼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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