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대구 스마트시티 도약을 위한 과제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이 시대 최대 화두인 코로나19 확산과 집값 상승은 인구의 도시 집중 즉, 도시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의 높은 전염성과 함께 감염자 접촉 확률을 높이는 밀집된 공간에서의 도시 생활은 감염 확률을 높이고,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거주할 사람이 늘어나면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인구의 도시 집중은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하거나, 문제를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시킬 수 있지만, 도시화 흐름은 향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2005년에 도시지역 인구비율이 90%를 넘어서는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 결집과 공간 집약을 통해 높은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제는 오히려 도시화가 보건, 주택, 환경,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문제들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즉, 도시의 규모가 도시 경쟁력의 기본이면서 동시에 비효율성의 근원이 되는 모순에 처하게 됐는데, 스마트시티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이 모순을 해결할 유력한 대안으로 인식돼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스마트시티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 실증 도시 선정, 스마트시티 국제표준(ISO37106) 인증 획득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과 함께 구현한 솔루션이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시장분석 기관인 IDC의 '스마트시티 아시아 태평양 어워드'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 번이나 수상하는 등 스마트시티를 통한 기업 육성도 일정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기반해 스마트시티 사업이 명실상부 지역 경제를 혁신하는 확실한 기반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기업들의 인식 전환과 과감한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대부분 지역 기업들은 여전히 스마트시티를 신도시 개발사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기업들은 대부분 스마트시티는 자사와 관련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을 기반으로 구현되며, 오히려 제조와 서비스 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제조기업들에 기회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도시공사와 지역 기업들은 노인들의 TV 시청 습성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감지하는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장시간 TV 시청 중단, 특정 채널 고정 시청 등의 습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노인층의 건강 이상을 감지하는 솔루션을 실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TV는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의 기반이 되면서 가전제품이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기기로 진화하게 된다. 지역 기업들이 기존 제품을 스마트시티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공공의 유무형 자산을 더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대기업도 갖기 힘든 독특한 데이터, 시설 등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활용은 특정 목적에 맞게 한정돼 있었다.

스마트시티 솔루션 개발 과정은 이러한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좀 더 과감히 자산을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 정부가 거액을 투자해 군사용으로 구축했던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민간에 개방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했던 사례는 공공 자산 개방의 모범 사례다. 이를 통해 무수한 종류의 위치기반서비스가 탄생했고, 현재는 GPS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시티 추진 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스마트시티는 기술을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므로 기술 활용의 특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즉, 제도, 법률, 지침 등에 근거해 일을 추진하는 경우와 달리 기술 활용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이라는 특징이 있다.

사전에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확률이 작용하고, 성공이 있으면 반드시 실패가 있고, 실패에 따른 부작용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기술 활용의 특성을 이해하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일을 안 하는 것과 잘못한 것을 구분하고, 비록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러한 시도가 다음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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