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2명 탄 여객선 앞뒤로 함포 오발, 책임 기관은 없다?

포항~울릉 여객선 주변 사고…해군·현대중공업 "적법한 절차"
방위사업청 "시운전 주체 이견"…해양수산청"공지 확인 다 못해"

우리누리호. 태성해운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누리호. 태성해운 홈페이지 갈무리.

시운전 중인 군함이 민간인이 탄 여객선 주변에 포탄을 쏴 안전을 위협한 대형 사건(매일신문 2일 자 1면)이 벌어졌는데도 관계 기관 모두 책임을 회피해 비난을 사고 있다. 사건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2일 매일신문 취재 결과 지난 1일 오후 승객 166명과 선원 6명 등 172명을 태운 여객선 우리누리1호(534t급) 앞뒤로 포사격을 한 군함은 건조를 마치고 시운전 중인 '해군 호위함'으로 확인됐다.

군함은 울릉도 하단 약 37㎞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리누리1호와는 6.4㎞ 정도 떨어져 있어 육안으로도 사물 식별이 가능한 거리였다.

군함에서 발사된 4발의 포탄은 5인치 함포로 추정된다. 사격은 울산에서 군함을 건조한 현대중공업 측이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에는 함포 사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지켜보기 위해 해군 관계자 20여 명도 탑승해 있었다.

군함은 해군에 인도되기 전이라 방위사업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해당 군함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과 해군, 방위사업청 모두 사건에 얽혀 있지만 서로 책임소재를 미루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군과 함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험을 진행했지만, 뜻하지 않게 여객선 승객 등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해군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사업 관리를 우리 청에서 하고 있긴 하지만, 시운전 주체는 우리가 아니었다. 여기에는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문의가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 대원들이 선박에 탔다고 해도 군함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조작과 관련해선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며 "시험운전 일정도 해양수산부 측에 통보를 해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해군, 현대중공업, 방위산업청이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군과 현대중공업 측이 '적법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해수부 소속 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에 군함 시운전에 대해 '항행경보'를 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동해안~포항항 부근 36-06-22N, 129-34-38E' 좌표를 중심으로 반경 약 800m에서 해군작전사령부·해군정보단이 해상훈련을 하니 항해·조업선박은 해당 구역 접근 시 주의하라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이런 공지가 올라왔다고 해도 관례상 해군이나 해경의 훈련이 있을 때면 기관에 공문 등으로 통보를 해왔다"며 "더구나 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안전 공지가 올라오는 것을 우리나 어민, 여객선사가 일일이 확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사고 일지

-발생 일시: 6월 1일 오후 2시 30분쯤

-발생 장소: N37-14, E130-38 부근

-이동 항로: 울릉 사동항→포항항

-선박명: 우리누리1호

〈사고 내용〉

-오후 2시: 우리누리1호 울릉 사동항 출항(같은 시각 썬라이즈호 출항)

-오후 2시 7분: 운항관리센터 출항통보(SSB)

-오후 2시 10분: 미상의 군함 훈련 내용 청취(VHF 공용주파수-썬라이즈호만 호출해 통보. 통보 내용은 군함 뒤쪽으로 돌아가라는 내용.)

-오후 2시 30분: 배 앞쪽 약 800m 이내 지점 포탄으로 인한 검은 연기와 물기둥 선장이 육안 확인. 이후 배 오른쪽 지점에서 두 번째 포탄, 배 뒤편 세 번째 포탄. 네 번째 포탄은 배 뒤편 160m 정도 거리에서 확인. 폭발음은 5초 간격으로 들림. 사격 구역 안에 어선 한 척이 어구 작업 중이었음. (우리누리1호 위치 N37-14, E130-38. 군함 위치 N37-10, E130-28.)

-오후 2시 31분: 선장은 즉시 주변 군함에 VHF로 사격중지 요청과 함께 교신 시도했지만 응답 없었음.

-오후 2시 38분: 기관장이 본사(태성해운)에 사실 통보 후 썬라이즈호의 안전유무 확인을 위한 통화. 군함 측으로부터 군함 뒤쪽으로 돌아갈라는 VHF 연락을 받음.

-오후 2시 39분: 태성해운 안전관리책임자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경북운항관리센터에 사실 통보 및 경위 확인 요청. 해당 시간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해사안전감독관 배석. 센터장 및 해사안전감독관, 해경, 해군에 사실 확인 연락했지만 사격 계획 없음을 확인.

-오후 2시 40분: 경위 확인 차 교신 계속 시도했지만 안됨.

-오후 4시쯤: 해군1함대로부터 현대중공업의 함정 인수를 위한 사격이었음을 확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이후 관련된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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