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를 입고 직장을 그만둔 뒤 우울증 등을 앓던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전직 공무원 3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집을 방문한 청소업체 직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을 발견한 청소업체 직원은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청소 재능기부를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사연자로 A씨를 알게 됐다.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는 지난 2일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 '헬프미프로젝트 3화' 의뢰자분께서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이 출연했던 온라인 영상 클립을 비공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과는 촬영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로 안위를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었고, 지난 3월 청소를 요청하셔서 청소도 도와드렸었고, 굉장히 밝아진 모습에 저희 모두 안도하고 기쁜마음이었다"며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과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소중하게 사용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큰액수의 금액을 기부도 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며칠 전 새벽 2시에 전화를 주셨는데 받지 못했고, 이후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집으로 찾아가 고인의 유지를 최초로 발견하였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인에 대해 클린어벤져스 측은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하였으며, 저희가 아는 누구보다 착하고 여리신분께서 운명을 달리하셨기에 저희 클린어벤져스 멤버들 모두 충격에 휩싸여있는 상태"라며 "반면 세무공무원으로서 멋지고 번듯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들어 놓은 해당 피의자는 아직도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고인이 된 A씨는 2017년 11월 논란이 됐던 인천 지역 세무서 성추행 사건 피해자였다. 가해자는 당시 남인천 세무서 소속 5급 공무원으로 피해자에게 스킨십을 하고, 성적인 발언을 하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었다.
가해자는 또 "여자는 25살 전까지 싱싱하고 그 후론 맛이 간다", "여자들끼리는 시기·질투를 해서 붙여놓으면 일이 안 된다", "예쁘면 동성끼리도 좋아한다"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 가해자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단결근 하는 등 근무태도가 좋지 않은 B 씨가 징계를 피하려고 나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는 피해 사실에 대한 고소장 접수 이후 "우리 조직 내부의 일이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회유를 당했고, 세무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SNS 등에 A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들이 퍼지면서 집단 따돌림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직장을 그만 둔 A씨는 지속적인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A씨 시신의 부검을 원치 않아 그대로 시신을 인계했다"며 "A씨는 사망 당시 특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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