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용복의 골프 에티켓]<41>'합리성' 대세 따르는 골프룰

극단적인 엄숙주의를 추구했던 골프 문화가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낼 때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극단적인 엄숙주의를 추구했던 골프 문화가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낼 때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에티켓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지키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규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는 모호함이 있다. 규칙은 지키지 않을 때 페널티가 주어진다. 페널티의 유무가 규칙과 에티켓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짓고 있는 것이다.

라운딩 중 플레이 속도와 관련해 골퍼는 자신의 차례가 오면 40초를 넘기지 않는다는 권장 사항이 있다. 규칙이라기 보다는 에티켓이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동반자의 리듬을 깨기 위해 고의적으로 시간을 끄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축구에서는 이럴 경우 심판이 '옐로우 카드'를 든다. 농구는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골프에서 플레이 속도를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넓은 페어웨이 위에서 편안한 스윙보다는 프로골퍼들의 멋진 트러블 샷에 열광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때로는 장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추어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특히 초보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골프공을 계속 마주하다보면 모든 것이 빨라진다. 이럴 경우 동반자들이 편안함을 찾아줘야 한다. 때로는 멀리건을, 때로는 순서를 바꾸어 크게 숨 한번 쉴 틈을 만들어 준다면 상대방에게 기억에 오래 남을 배려가 아닐까.

골프의 묘미는 단순히 몇 타를 기록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짜릿한 순간의 손 맛, 잊지 못할 베스트 샷, 롱 퍼트, 이글, 홀인원 등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에 기록들이 하나씩 쌓여 간다. 그 중에서 으뜸은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이다.

최근 바뀐 골프 룰에서 꼭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플레이 순서가 '홀에서 멀리 있는'에서 '준비된'으로 변경 됐다. 경기 템포를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린 위에서 준비된 골퍼가 먼저 퍼팅할 수 있다는 것은 경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깨질 수 있는 리듬을 지킬 수 있으며 빨리 퍼팅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골프도 '합리성'이라는 대세를 따르는 듯해 반가웠다. 필자가 처음 입문했던 '라떼시절'에는 골프는 극단적인 엄숙주의를 추구했다. 규칙과 에티켓 모두를 강조하며 강압적인 문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화'라는 것이 먼 타국에서 들어오다보니 어떤 것은 국내 실정에 맞게, 또 다른 것들은 당시 시대 분위기와 결부되어 토착화가 됐던 것이다. 그걸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귀족 스포츠'이다. 돌이켜보니 당시의 골프가 아주 고상했거나 품격있었다고 말하기엔 주저함이 있다. 물론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급한 골프 문화'는 지양해야 된다.

골프 규칙이 좀 더 편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을 환영한다. '신사, 숙녀'라는 큰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덜어내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의 초석이 된다고 믿는다. 흔들리지 않는 근원적 룰은 반드시 존재해야 되지만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을 더 누릴 수 있도록 틀은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한다.

백신 접종 속도가 붙고 있다. 젊은층으로 대상자가 확대되고 있다. 접종자에 대한 여러 가지 인세티브 제도를 통해 접종률을 높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벌써 가까운 동남아로 비행기가 뜨기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 끝이 저 멀리 아련히 보이는 것 같아 오랜만에 희망이 느껴진다.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