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텃밭이자 최대 격전지인 대구경북(TK)에서 3일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당권 주자들과 최고위원 후보들은 책임당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TK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이준석 "朴 감사하지만 탄핵은 정당" 승부수
'박근혜 키즈' 출신 이준석 후보는 "영입해준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밝혔다. 보수의 텃밭이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가장 강한 대구에서 본인의 확고한 소신을 밝히면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제 손으로 탄생에 일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고, 국가가 통치 불능의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그 시점에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복잡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 부패에도 당당히 맞섰던 검사가 위축되지 않고 합류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영역에서는 꺼낼 생각이 없다"고 일축하며 "어차피 문 대통령 판단으로 결정될 것이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격 빌미를 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사로운 고마움은 다른 방식으로 갚겠다. 성실하게 직을 수행해 이준석을 영입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두루 받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 주호영 "TK는 언제까지 신탁통치냐"
주호영 후보는 "TK는 언제까지 분열돼 신탁통치를 받아야 하느냐"며 지역의 정치적 이익을 강조했다.
주 후보는 "TK는 나라의 중심을 잡고 우리 당을 끝없이 지지한 보수의 본산이지만, 때만 되면 영남 배제론 등으로 15년째 당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힘을 합쳐서 지역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고, 현안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 후보는 이날 경쟁자인 이준석 후보와 나경원 후보를 향해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날렸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우리 당에 새 바람을 일으켜주고, 전당대회를 흥행시켜줘 감사하다. 당이 잘 수용해야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며 "간판을 떨어뜨리고 유리창을 깨는 바람이 된다면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자중지란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에 대해서는 "당을 위해 원내대표 시절 치열하게 싸워주신 점을 감사히 생각하지만, 본인 재판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매번 재판 받으러 다니는 당 대표가 어떻게 치열한 경선을 관리하고 대선을 이길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주 후보는 "이번 당 대표의 임무는 정권교체"라며 "대선의 성패는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달렸다. 이번에도 잘못 뽑아서 대선을 망치고 땅을 치고 후회하겠느냐"고 호소했다.
◆ 조경태 "영일만대교·통합신공항 약속"
조경태 후보는 "부산 출신이지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발표되자마자 가장 먼저 대구에 와서 TK 통합신공항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했다"면서 지역의 SOC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
조 후보는 "TK는 대부분의 시·도가 문재인 정부에 속아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갔을 때도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해준 곳"이라며 "그동안 이렇게 많은 열정과 지지, 성원을 보냈음에도 중앙당에서는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된다면 이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 포항 시민들의 꿈인 영일만 대교와 TK 시도민의 꿈인 통합신공항 등을 함께 추진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살게된 것은 새마을운동 덕분이고, 청년들이 중심이 된 제2의 새마을운동이 지금 필요하다"며 "이들에게 1천만원, 2천만원씩 돈을 나눠주는 것은 나쁜 정치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든 창업할 수 있는 창업 대한민국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대선에 관해서는 "5명 중 유일하게 계파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라며 "통합을 시켜내고, 깨끗하고 투명하며 공정한 경선 관리로 정권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홍문표 "정체성 상실한 당 '자강'으로 복원"
홍문표 후보는 "청년과 노년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정책을 제도화해 이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함께 손을 잡고 내년 3월 문재인 정부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날 다른 후보들을 향해 "정책으로 논쟁을 해서 표를 받으려는 모습을 한 번도 못봐 안타깝다. 다섯 번의 비대위를 거치며 정체성을 상실한 당을 복원하려면 자강이 필요하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청년청 신설과 소상공인 보호, 노인복지청 신설 등 내가 제시한 공약을 통해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소득을 줘 우군으로 만드는 것이 선거를 이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지금 우리 전당대회는 이런 정책이 온데간데없이 이전투구만 하고 있고, 국민은 그걸 즐기고 있다"며 "싸운 뒤 남는 것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 일정부터는 정책을 열어두고 정책적 논쟁을 해서 국민들에게 자양분을 주고 당원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홍 후보는 또 "옆동네에 살거나 기차를 같이 탔다거나 대표가 되면 바로 그를 데려온다는 등 인기 있는 사람에게 편승해 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수치스러운 당 대표가 돼선 안된다"며 "당 대표는 대통령과 맞먹는 그 당의 상징적 존재인데, 왜 그걸 구걸하거나 사정하느냐"고 일갈했다.
◆나경원 "통합신공항 '박정희 공항'으로 추진"
나경원 후보는 "TK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붙여 신속히 추진해보고싶다"고 밝혔다.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TK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 후보는 "TK 당원들이 있었기에 지난 보수 정권 9년을 만들어냈는데, 정작 그 9년 동안 TK에는 늘 양보만 강요했다. 대표가 되면 그걸 갚겠다"면서 "이 지역 출신이 아니어서 더 당당히 갚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서문시장을 갔더니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원하셨는데, 확실히 해내겠다"고 했다.

나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관해서는 "애걸하지 않겠지만 반드시 바로 석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하루빨리 사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헌화한 뒤 합동연설회장에 온 나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통찰력 있는 혜안과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시기"라며 "내년에 우리 당은 위대한 지도자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불신의 씨앗이 남은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통합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최고위원 후보도 '정권교체' 한목소리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최고위원 후보(배현진·조해진·김재원·원영섭·조대원·정미경·조수진·도태우·이영·천강정)와 청년최고위원 후보(함슬옹·강태린·이용·김용태·홍종기)들도 총집결했다.
지역 출신 김재원 후보는 "당권 전횡으로 당을 망치려 한 사람들을 영구 퇴출시키고, 자존심을 갖춘 당당한 우리 당원들이 앞장서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역시 TK출신인 도태우 후보는 "보수 가치를 대변하는 최전선에 서있고, 거센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려면 시민과 국가의 동반성장 및 선순환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배현진 후보는 스스로 "적폐 중 상적폐로 몰렸다"고 고백하며 "더 모욕받고 핍박받은 TK 당원 동지들의 마음을 가슴에 담아 내년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리겠다"고 했다.
조수진 후보는 "호남의 딸 조수진을 1등 최고위원으로 만들고 키워달라. 호남 출신 조수진이 대구경북을 발전시키자고 외치는데 누가 뭐라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