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몇몇 낙후된 동네들은 오랜 시간 취약계층인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됐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들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낙후된 동네 문제는?
노후 동네들은 오랜 세월 발전이 멈춰버린 뒤 이렇다 할 개발이나 도시재생이 진행되지 않았다. 낙후된 곳을 떠나는 주민들이 하나둘 늘면서 동네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점차 외면됐다.
임대 아파트들이 밀집된 동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애초 많은 임대 아파트들은 도심과 동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데다, 슬럼화가 진행될 때까지 사업 주체인 LH를 비롯해 지자체 등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동네를 중심으로 한 슬럼화를 막기 위해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방향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낙후된 동네를 개발할 경우 주거 빈곤층이 또다른 취약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취약 지역에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되더라도 정작 개발된 후 기존 동네에 다시 터를 잡고 사는 주민이나 상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무조건적인 아파트 개발 사업이 아닌 동네마다 특성이나 여건을 고려한 도시재생, 개발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중구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중구에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됐지만, 과거 낙후된 주택에 살던 노인들이 받은 보상비로는 갈 곳이 마땅찮아 인접한 취약지역인 비산 2·3동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공주택 공급 방식 개선해야
7일 대구시 주택통계연감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 지어진 지 30년 가까이 된 공공임대 아파트는 10여 곳에 이른다. 이곳 대부분은 아직까지 대중교통으로 도심과 이동이 불편한 도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지 등을 이유로 한 임대 아파트 간 선호 격차도 크다. 관련 전문가들은 대규모로 외곽에 세우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득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대규모 택지 개발을 하면서 도시 외곽에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삶의 기반이 도심에 있는 주민의 경우 입주 후 삶과 주거가 괴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취약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도심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슬럼화된 공공임대주택에 공공시설을 배치하는 방법을 통해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에 여유 공간이 확보될 경우 노인,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등 인근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공공시설을 배치한다면 주민 삶의 질 개선과 함께 동네 활력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LH, 대구도시공사, 지자체 등이 협력 체계를 만들어 노후화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주변 지역까지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주거 공간을 지역 곳곳에 마련하는 방향으로 주거 지원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거지원을 할 경우 조심스럽지만 빈곤문화가 일부 재생산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이 생길 수 있다"며 "취약 계층이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도록 주거급여를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취약 계층에 시혜적 시각에서 주거 지원을 하려 해선 안 되며, 주거 입지를 마련할 때부터 문화, 교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공공임대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는 민영 아파트와 비교해 시설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한몫하는 만큼 품질 개선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짓기만이 능사는 아냐
기존 낡은 주택을 모두 허물고 공동주택을 세우는 그동안의 개발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동네별 특성을 반영한 장기적인 발전 방향은 고민하지 않은 채 아파트를 짓는 데만 급급해 기존 동네의 흔적이 아예 없어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것이다.
최병우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은 "낙후된 동네 주민들은 대개 자신이 속한 동네가 지닌 문제를 스스로 개선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행정기관도 예산 등을 이유로 낙후된 동네에 기반 시설을 마련하거나 동네마다 장기적 비전을 세우는 데는 소홀했다"며 "주민들 스스로 동네 문제를 발굴해 행정기관에 요구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구에 아파트 공급 물량이 넘친다는 예측이 많고, 동시에 현재 취약 지역에는 무분별한 재개발, 재건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구조가 계속될 경우 향후 지역에 어떤 역효과가 나올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네마다 개발 방식을 둘러싼 접근법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영은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디자인연구실장은 "개발은 기존 환경을 모두 허물고 공동주택 등을 새로 짓는 방식인 반면, 도시재생은 기존 환경에서 노후화된 부분을 개선시킨다는 점에서 동네마다 개발과 도시재생 중 필요한 부분이 다를 것"이라면서 "주거약자 비율이 높은 곳의 도시재생은 다른 곳보다 공공자원을 많이 투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도시재생의 경향을 보면 개발에 문을 열어 놓고,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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