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화이자 백신을 도입하려다 무산된 이른바 '대구시 화이자 백신 해프닝'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구시의 경솔한 행정으로 인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해외에도 이 내용이 보도되면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 시민들 "부끄러워 대구 못 살겠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더는 부끄러워 대구에 살 수가 없어 청원을 남긴다"는 말로 청원글을 시작한 이 청원인은 "이번 일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움직인 결과이며 그로 인해 시민들은 타 도시로부터 손가락질받는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며 "홍보는 주도적으로 해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권 시장을 비판했다. 또 "화이자 백신 도입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청원은 4일 오후 4시 40분 현재 1천790명이 동의한 상태로 공개 요건인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충족해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인 상태다.
시민들 또한 이 청원인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모(39·수성구 범어동) 씨는 "사고는 대구시가 쳤는데 왜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권 시장이 양심이 있다면 대구시민들 앞에서 크게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TV에도 소개된 '백신 사기'
대구시의 화이자 백신 해프닝은 해외 언론에까지 알려졌다.
일본의 한류 전문 매체 '와우코리아'는 지난 4일 대구시의 백신 해프닝을 전하며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우코리아는 대구시가 민간 무역업체를 통해 백신 조달을 주선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권 시장이 백신을 맞는 사진도 함께 실었다.
대만 민영방송 '민시TV'는 지난 3일 해외 화제뉴스를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대구시의 백신 해프닝을 보도했다. 권 시장의 브리핑 장면을 보여주며 진행자는 "한국 정부가 이를 '불법'이라고 했다"며 "대구시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 대만도 백신이 부족하지만 지자체가 이런 일을 당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여당 "백신 피싱" 지적
정부는 직접적으로 대구시를 비판하지는 않고 있지만 대구시가 말하는 백신 구매 관련 정보를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3일 페이스북에서 대구시가 화이자 백신 구매를 제안한 데 대해 "대구시에서 복지부와 협의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협의까지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여 보좌관은 또 "이러한 구매 제안은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민원이 제기되어 왔으나 대부분 정품이 아니거나 구매가 불가능해서 해프닝으로 끝났고 이번 건도 마찬가지인데 대구시에서 먼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해프닝을 '백신 피싱'으로 규정하고 국격을 깎아내렸다고 비판했다. 김진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구시는 백신을 구입하려 했던 경로와 백신 진위를 검증했는지 등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사과 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백신이 해외 직구 상품도 아니고 보따리상 밀수품도 아닌데 어떻게 지방자치단체장이 백신 해결사인 것처럼 과잉 홍보하다가 백신 피싱을 당했느냐"고 비판했다.
◆ 대구시 "지역 의료계 노력 폄훼 유감"
대구시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도외시한 채 비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시는 "이번 백신도입 노력은 대구 의료계를 대표하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추진한 것이며 대구시는 협의회의 추진상황을 전달받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할 것을 권고했으며, 대구시가 집행한 예산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의회 또한 지난 4월 29일과 지난달 30일 두 차례 보건복지부 관련 공무원들을 만나 협의한 결과, 보건복지부 권고에 따라 시장이 구매의향서를 작성해 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시는 "백신도입의 성공 여부를 떠나 백신접종을 통해 코로나19를 조속히 벗어나도록 하려는 선의에서 보여준 대구의료계의 노력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위험천만한 사기극' 등으로 이들의 노력이 폄훼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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