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는 안 들어오고 불법 주차만"…연암서당골 주민들 '원성'

대구 북구 산격동 연암서당골…노선 투입은 3년 넘도록 지지부진
"혈세 10억원 들여 주차장 만든 꼴"…북구청 "주민 반발 우려" 단속 난색

2일 오후 대구 북구 연암서당골 인근 도로에 차량들이 인도 위로 줄지어 불법 주차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일 오후 대구 북구 연암서당골 인근 도로에 차량들이 인도 위로 줄지어 불법 주차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대구 북구 산격동 연암서당골 '연암공원로'의 인도가 제기능을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됐지만 북구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6일 북구청 등에 따르면 연암서당골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시내버스 노선 투입이 지난 2018년부터 추진됐다.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사업비 10억3천만원을 들여 연암공원로의 도로 재정비와 인도 및 주차선 조성이 이뤄졌다.

인도 조성이 마무리된 직후인 2019년 7월 북구청은 대구시에 시내버스 노선 투입을 제안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시내버스 노선 투입은 지지부진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연암공원로는 폭이 10m 정도로 좁고 중앙선이 없어 시내버스가 다니기 어렵다. 시내버스 면허사업자들은 현재 대형버스만 운영해 중형버스 도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보행자를 위해 조성된 인도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점령당해 주민들이 다니기 조차 어렵다. 예산 10억원을 넘게 들여 조성한 인도를 두고 보행자들은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0년 가량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여모(81) 씨는 "버스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만든 인도 위에 차를 세워놓고, 사람들은 도로로 다닌다. 인도 위 주정차 차량 단속을 안하니 혈세를 들여 보도블럭 깔린 주차장만 만든 셈이 됐다"고 했다.

주민 박모(75) 씨는 "겨울에 눈, 비가 오면 길이 얼어서 가파른 경사를 다니기도 힘들다. 관광버스들도 수시로 연암공원까지 드나드는데 시내버스가 왜 못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인도가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관리 주체인 북구청은 엄격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연암서당골은 도로 양옆으로 주택들이 있는데 주민들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 단속이 어렵다. 인도 등 시설물에 대해서는 하자가 생길 경우에 유지‧보수에 대한 관리만 이뤄질 뿐 인도가 사람들이 제대로 다닐 수 있는 여건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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