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좋아서 책방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책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여러 주제의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주제의 재미있는 모임이 차고 넘치겠지만 난 유독 독서모임에 정이 많이 간다. 요즘은 어떤 종교를 전파하는 신도처럼 걸핏하면 주변에 독서모임을 해보라고 권하고 다닌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읽고 싶지만 혼자서는 시작이 힘들거나 중도 포기했던 경험들을 자주 토로한다. 그래서 독서모임에 참여는 하고 싶지만 바빠서, 시간이 맞지 않아서 막상 모임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 분들께 늘 이렇게 말한다. "그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요?"라고. 십중팔구 본인은 독서모임을 할 만한 지식이나 자격이 없다고 손사래 친다.
이상적 독서모임은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독서모임이란 말 그대로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다. 글을 읽을 수 있고 생각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있는 곳에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시작할 수 있는 모임이다. 모임 멤버들이 이미 구성되어 있는 특정한 곳을 꼭 찾아가지 않아도 내 상황에 맞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읽고 싶은 소설이 있는데 혼자 시작하자니 읽다가 흐지부지될 것 같다. 이럴 때 주변에 친한 친구나 마음 맞는 직장동료 중에 함께 읽을 사람을 찾으면 된다. SNS를 활용해도 좋지만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보다 나와 성향과 취향이 맞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는 하는 것이 좋다.
멤버는 나를 포함해 서너 명이면 충분하다. 장소 또한 책을 들고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가까운 곳에 조용한 카페가 있다면 금상첨화고 날씨가 좋으면 근처 공원이어도 된다. 책 선택은 멤버들이 번갈아가며 한다. 일주일에 하루, 약속 장소에서 책을 들고 만난다.
퇴근 후 늦은 밤이어도 좋다. 미리 읽어오거나 공부할 필요도 없다. 만나면 딱 1시간동안 타이머를 맞추어 놓고 말을 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 타이머가 울리면 그날 읽었던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궁금했던 것들을 30분~1시간 정도 이야기 나눈다. 심오한 토론이나 발제문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하루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들은 이런 방식으로 한 달에 한 권 읽기가 가능하다.
독서모임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책을 미리 읽지 않고 만나서 1시간동안 각자 묵독하는 방식이 괜찮았다. 책을 미리 읽어야 한다면 숙제처럼 마음에 부담이 되고 못 읽은 경우에는 가기 싫어지는데 그런 부담이 없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면 목적을 잃고 잡담만 나누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책 읽는 시간 동안은 말을 하지 않기로 정한다면 오롯이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도 책에 집중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독서모임은 혼자라면 읽지 못했을 책에 도전하게 하고 그런 책을 끝까지 읽게 도와준다. 그리고 내가 지나친 문장들을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재발견하게 되고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풍성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책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다. 이렇게 좋은 독서모임, 한번 믿어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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