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수화상병 손실보상금'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정부

전국 과수농장서 확진 피해 늘자…보상금 20% 지방비 부담案 내놔
재정 열악 경북도 "시행 유예를"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 6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안동 소재 과수농가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 6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안동 소재 과수농가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전국적으로 과수화상병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해당 전염병에 대한 손실보상금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분담시켜려고 하자, 경상북도가 반발하고 있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과수화상병은 식물 세균병으로 과수가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말라죽는 증상을 보인다. 사과나 배나무에서 피해가 가장 크다. 예방약과 치료제가 없어 병에 걸린 나무는 폐기해야 하고, 발병된 과수원은 화상병 취약 작물을 3년간 심지 못한다.

정부는 피해 농가에게 ha당 손실 보상금 약 2억2천만원(10년 수령 기준·굴착비 등 포함)을 국비로 지원해 재기를 돕는다.

문제는 과수화상병 확산세가 커지면서 그 만큼 재정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수화상병이 가장 왕성한 6월 기준 전국 발생 농가 수는 2019년 104농가에서 지난해 447농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발생 지역도 지난해 경기·충청·강원 중심에서 이달 들어 안동 소재 사과농가 확진으로 경북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안동에서는 지난 4일 길안면 묵계리 한 사과재배 농가에서 과수화상병 첫 확진 사례가 발생한 후 사흘 만인 7일 길안면 만음리 농가 1곳과 임하면 오대리 2농가 등 모두 3곳이 추가 확진됐다.

경북 안동 소재 과수화상병 확진 농가에서 폐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 안동 소재 과수화상병 확진 농가에서 폐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도 제공

피해 농가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재정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급기야 손실보상금의 20%를 지방비로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식물방역법 개정 및 시행 시기 조율 등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는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이런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북은 전국 과수 재배 면적 14만7천198ha(2020년 기준) 중 5만3천6ha를 차지하는 최대 과수단지다. 경북의 사과 재배면적은 전국의 60%에 이른다.

보상금 20%(ha당 약 4천400만원)를 지방비로 부담할 경우 과수화상병 대유행 시 경북도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경북도는 당장 지방비 부담 방안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이며, 치료약제 개발과 저항성 품종 보급 등을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은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지자체에 부담을 지우려고 하는데, 반대 입장을 전하고 있다"면서 "4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지방비 부담 방안을 유예해주길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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