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아이 폐(肺) 돌려주세요"…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눈물

경북지역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46만여명…피해 인정은 146명 고작
‘피해 인정도 못받았는데’ 환경부 진상 조사 종결 비난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관련 PB 상품을 판매했던 이마트 포항 인덕점 앞에서 명확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관련 PB 상품을 판매했던 이마트 포항 인덕점 앞에서 명확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왜 그 때 가습기 살균제를 샀을까요. 폐가 없어 늘 숨가빠하는 아이를 보면서 매일 가슴을 쥐어뜯는 심정입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 사는 김모(49)씨는 15년 전 4살난 아이의 폐 한쪽을 잘라냈다.

도무지 기침이 멈추지 않고, 쉽게 폐렴이 도지는 아이를 엎고 한달에도 수십번 병원을 찾았다.

정밀진단 후 대학병원에서는 심각한 염증으로 폐가 썪고 있다며 당장의 수술을 진행했다.

그렇게 반년 정도가 지나고 뉴스에서 갑자기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김씨의 집에도 이마트에서 샀던, 뉴스에 나온 것과 똑같은 제품이 있었다. 아이의 폐질환도 살균제를 사용했던 딱 그 때부터였다.

김씨는 곧장 정부에 피해자 신고를 했지만, 아이가 19살이 되도록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아직 절반이 남은 해당 제품을 들이밀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했을 당시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것을 해달라는게 아니다. 그런다고 떼어낸 아이의 폐가 돌아오겠나"면서 "제품을 허가해줬던 정부 관계자들과 제조·유통했던 업체 책임자들이 내 아이 앞에서 제대로된 사과를 하고 적정한 처벌을 받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이마트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경북 가습기 살균제 피해보고와 함께 관련자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해당 지점에서 김씨를 포함해 이마트 PB 상품을 구입했던 피해자들도 나와 자신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가습기 살균제 문제 제품 사용자(지난해 7월 기준)는 총 46만1천946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건강 피해를 호소한 인원은 4만9천206명(병원 치료 4만651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피해 신고자는 278명(사망자 78명)에 불과하며, 피해를 인정받은 인원은 지난 3월까지 146명(사망자 44명)이 고작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환경보건시민센터 경북지역 피해조사 결과(지난 3월말 기준) ▷포항시 신고 82명(사망 29명)·피해 인정 46명(사망 18명) ▷구미시 신고 41명(사망 9명)·인정 20명(사망 5명) ▷경산시 신고 36명(사망 15명)·인정 13명(사망 8명) ▷경주시 신고 30명(사망 3명)·인정 16명(사망 3명) 순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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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지난 1994년~2011년까지 판매된 가습기용 액상 살균제에서 심각한 폐질환 유발물질이 검출된 사건이다.

2018년 정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 5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진상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아직 제품 사용자에 비해 피해 신고자는 0.6%에 그치며, 그마저도 겨우 절반정도가 피해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피해자찾기는 커녕 기업의 배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진상조사를 끝낸다는 것은 모든 상황을 덮겠다는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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