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동모터에 꼭 필요한 부품 중 하나는 자석이다. 전기 소모량을 줄이면서도 모터가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하려면 영구자석이 필수다. 국내 유일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업체인 성림첨단산업은 고가의 희토류를 적게 넣으면서도 강한 자성을 가진 자석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대에서 금속공학을 배운 공군승 대표는 희토류의 매력에 빠져 대기업 입사를 확정 짓고도 이를 포기하고 관련 기업에 취직했다. 이후 1994년 성림첨단산업을 창업해 갖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희토류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믿으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구 달서구 성서산단 성림첨단산업 본사에서 공 대표를 만났다.
-희토류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희귀한 성질을 가진 금속'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희토류는 광산에서 채굴해 정제 과정을 거쳐 얻을 수 있다. 희토류를 얻는 과정에서 많은 환경정화시설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채굴되지 않고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희토류 가공 기술은 일본이 우수해 중국과 일본 중심으로 희토류 산업이 돌아가고 있다. 자사도 중국에 법인을 두고 희토류를 확보, 가공해 영구자석을 만든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어쩌다 희토류에 관심을 두게 됐나?
▶경북대 대학원에 다니면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는데 이때 희토류의 존재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비싼 가격이었다. 당시 한 학기 학비가 13만원이었는데 희토류 가격은 50g에 8만원 정도였다. 이 광물은 왜 이렇게 비쌀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하나하나 연구하다 보니 30년이 흘렀다.
-구동모터용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부품인가?
▶모터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기능을 한다. 모터는 자석의 원리로 구동한다. 관건은 인력과 반발력을 잘 조절하는 것인데 이때 필요한 게 영구자석이다. 희토류가 들어간 영구자석은 강한 자성을 띄며 구동모터가 최대한의 힘을 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희토류 영구자석의 힘이 셀수록 배터리 소모량이 줄고 더 많은 거리를 갈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에 굉장히 중요한 부품이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구동모터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동력으로 하는 수많은 차부품과 전자제품에 들어간다.
-기술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위기에서 기회를 봤다. 원래 성림첨단산업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보이스 코일 모터(VCM)를 생산해 납품했다. 하지만 7년 전쯤 석연찮은 문제로 공급망에서 제외됐고, 매출액이 3분의 1토막났다. 이때 다행히도 현대차 YF소나타 하이브리드 모터에 들어가는 자석을 납품할 기회를 잡게 됐다. HDD VCM에 필요한 자석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집중했던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희토류 영구자석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자사가 차량용 자석시장에 뛰어들 때는 일본이 희토류를 적게 넣는 기술개발을 하고 있었다. 당장은 YF소나타 자석을 납품할 수 있어도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미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매출액의 10%를 희토류 영구자석 R&D에 투자했다. 결국 희토류를 도포하는 방식으로 사용량을 70% 이상 저감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차 시장에 계속해서 팽창하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머지않아 전기차, 수소차 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희토류 자석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희토류 공급망이 중국에 편중돼 있는데 이런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지난 수년간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희토류 연구개발에 투자해 퇴근에는 가시적인 투자유치 성과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성림첨단산업은 희토류 공급망 변화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더 많은 인력과 생산시설 등이 필요하다.
-어려운 점은 없는가?
▶기술력을 발휘할 공장과 설비가 필요한데 지자체 지원사업 자격요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조금 지원사업은 부채 비율이 높으면 선정이 어렵다. 자사는 올해 투자유치를 통해 부채 비율이 낮아진 상태인데도 지원사업은 직전년도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기술력을 꽃 피우려 하는 상황에서 타이밍을 놓칠까봐 걱정이 된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다른 어려움은 없는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구축되면 좋겠다. 같은 실패를 해도 어떤 이유 때문에 하는지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동력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술개발을 하다 실패하면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어 오히려 재미가 있다. 그런데 기업규제안 등으로 실패라는 결과를 맞게 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희토류 영구자석 분야를 이끌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지금까지 넘어져도 계속해서 다시 일어났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충분히 넘어지면서도 끝없이 도전하고 움직이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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