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불신 해소와 거리가 먼 정부의 LH 혁신 방안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LH의 기능 조정을 통해 정원의 20%인 2천 명 이상 인원을 감축하고, 개발 정보 유출 등으로 문제가 됐던 LH의 공공택지 입지 조사 기능을 국토부로 이관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미봉책'이라는 게 부동산 시장과 학계의 중론이다. LH 개혁과 관련한 핵심적 조직 개편은 놔둔 채 일부 업무 조정과 직원 감축 등의 내용만 나온 것부터 문제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LH 직원의 개발지 투기 의혹 사건이 LH의 방만한 조직과 집중된 권한에서 비롯됐는데도 표면적인 조직 분산에 그쳤다.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 주거 복지 기능 등 핵심적 기능은 여전히 LH에 남아 있어 '반쪽 혁신'에 머물렀다. LH의 공공택지 입지 조사 기능을 국토부로 넘긴다고 해도 인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자칫 공무원 수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토부 발표를 두고 "몇 개월 동안 마련한 게 겨우 이 정도냐" "투기를 막을 근본 대책, 투기 이익 환수 방안은 빠졌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건설 전문가들 역시 시장 불신을 해소하고 토지 투기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국토부의 설익은 LH 개편안 발표가 보여주기·땜질식 조치에 그쳐 LH 혁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합병으로 출범한 LH에 대해 국토부는 조직 비대화와 기능 독점, 내부 통제 허술, 구성원의 윤리 의식 결여 등의 문제를 확인하고서도 이에 걸맞은 개편안을 내놓지 못했다. LH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고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공급 정책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추가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8월까지 LH 개편안을 확정하기로 한 만큼 국토부는 제대로 된 혁신 방안을 내놓아 국민 불신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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