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야 자라야 鱉兮鱉兮(별혜별혜)
너도 엄마를 잃었느냐 汝亦失母乎(여역실모호)
나도 엄마를 잃었단다 吾亦失母矣(오역실모의)
내 너를 삶아 먹을 수도 있지만 吾知其烹汝食之(오지기팽여식지)
엄마 잃은 신세가 나와 꼭 같아 汝之失母猶我也(여지실모유아야)
그래서 너를 놓아준단다 是以放汝(시이방여)
고려말의 선비 길원진(吉元進)이 전남 보성 땅의 대판(大判)이란 벼슬에 임명됐다. 그는 아내와 함께 부임하면서, 여덟 살에 불과한 꼬맹이 아들을 황해도 토산에 있는 처가에다 맡겼다. 워낙 월급이 적어 세 식구가 입에 풀칠을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그게 이유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난데없이 외톨이가 된 그 아이는 외가에서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냇가에서 외롭게 놀고 있던 아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 있는 자라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엄마와 헤어져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던 아이의 눈에는 영락없이 엄마 찾아 헤매는 불쌍한 자라였다. 아이는 엄마 잃은 자라를 소재로 한 동시 한 편을 곧바로 지었다. 그것이 바로 위의 작품이고, 그 아이가 바로 고려말 조선 초의 위대한 학자였던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이다.
여덟 살 꼬마가 쓴 동시답게 설명이 필요 없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시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참으로 그 의미가 심장하다. 천지간 만물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위대한 사랑이 그렇고, 자신의 처지로 남의 처지를 헤아려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그렇다.
"내 나이 아홉 살 때/ 먼 산에 가서 나무를 하다가/ 둥지 속에 들어있는/ 새알 다섯 개를 발견했단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아직도 따뜻한 그 알들을/ 주머니에 넣어 돌아오다가/ 송아지를 잃어버린 엄마 소가/ 움모 움모 하며/ 슬프게 우는 소릴 들었단다// 그 울음소리 듣는 순간/ 알을 잃어버리고 땅을 치며 울고 있을/ 엄마 새가 울컥, 떠올라/ 도저히 그냥 올 수 없었단다// 이미 날도 슬슬 저물어/ 천지간에 어둠이 밀려오는데 / 큰마음 먹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둥지에다 알들을 넣어주고 왔단다// 내가 범에게 잡혀가면/ 땅을 치며 울다가 기절을 하실/ 우리 엄마 모습이 울컥 떠올라서// 도저히 그냥 올 수 없었단다// 야들아, 우야든지 착하게 살아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결국 내 눈에 피눈물 난단다" 야은의 작품을 읽으면서, 재작년에 높은 산으로 이사를 가신 우리 아버지의 말씀을 동시로 바꾼다고 바꾸어 보았는데, 동시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종문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