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심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까운 지인에게 자신의 처지를 밝히고 사연을 구구절절 이야기한다거나 또는 일상의 무기력감을 드러내며 상실된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 간절함을 갈구하기도 한다.
만약 자신이 종교의 믿음을 지녔다면 그 대상인 신적인 존재에게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려 현재의 심경을 나타내기도 한다.
'골프에서 간절함은 무엇일까' 불현 듯 떠올려 봤다.
티샷에서 볼을 클럽페이스에 정확하게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볼이라도 제대로 맞게 해줄 것을 희망할 것이다. 또 이보다 더 수준을 높인다면 자신의 볼이 하늘로 떠오르지 않을 때 이를 가능하게 해 주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도 간절함에 포함된다.
더블보기를 보기로 마감하게, 보기를 파로 끝날 수 있게 그린 저편에서 애절한 마음을 담아 퍼터에게 소원하는 것도 한 사례가 될 것이다.
운 좋게 버디 찬스가 곁에 다가왔다면 제발 이 볼이 홀컵에 빨려들어 동반자 K씨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것을 학수고대하는 심정도 물론 이에 속할 것이다.
위의 사례처럼 골프에서 희망은 스코어를 끌어 올리는 목적에 모든 간절함이 짙게 배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뿐일까. 아니다. 실제로 위의 예시들은 골퍼가 필드에 참여할 수 있을 경우에 해당하는 사항들이다.
만약 자신의 형편이 넉넉지 못해 필드에 동행할 수 조차 없는 케이스는 이 같은 간절함이 아니라 '필드에라도 나갈 수 있었으면'하는 근원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죽순처럼 오르는 골프장의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용은 이들의 간절함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봉쇄의 철책으로 작용한다.
대중화라고 스스로 부르짓으며 퍼블릭코스로 전환한 일부 골프장들도 세제 혜택은 철저히 누리며 정작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에게 비용의 산술적 이익은 고사하고 덤터기 안기기에 골몰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형국이다.
벌써 햇수로 2년째를 지나는 동안 백척간두의 부도위기를 겪었던 이 지역의 골프장들에게 기사회생의 일등 공신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다.
이는 곧 골퍼들의 불행한 상황으로 인해 내 잇속을 챙긴 경우에 해당하는 몹쓸 상황이라는 점이다.
골프장 측의 간절함도 분명 존재한다. 다름 아닌 적자를 이제 겨우 면했다는 합리적 핑계를 찾는 간절함이 그것이다.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때 아니게 몰려드는 골퍼들이 '봉'이 아니고 무엇인가.
골퍼들이 우리 골프장의 이 같은 간절함을 신이 돌봐준 결과라고 항변하는 듯 해 필자의 입 안이 모래를 씹는 듯 아린 것은 과잉 반응일까.
이와는 별개로 골퍼들의 입장에서 마지막 간절함이 또 하나 존재한다. 골프장 출전 예약을 한 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기량을 탓하며 약속한 부킹 날짜에 비라도 퍼부어 필드 약속이 취소될 것을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 이 또한 우스개 소리 같은 간절함이다.
이와 더불어 이 땅의 골프장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행운을 거머쥔 것처럼 골퍼들에게는 그린피가 왕창 내려갈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쩌면 간절함의 끝판 왕이 아닐까.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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