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가 시민의 행복에 영향…국내 연구진이 빅데이터 분석 통해 밝혀

전 세계 60개국에 대해 도심의 녹지 비율(원 색깔)과 행복도 조사 결과(원 크기)를 비교하면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포착된다. 왼쪽 아래는 박스는 유럽 국가에 대해 상세한 결과를 보여준다. 포스텍 제공

'경제가 발전한 도시일수록 도심 속 녹지 공간이 시민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원동희 미국 뉴저지공대 교수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인공위성 이미지 빅데이터를 분석, 세계 60개 국가의 도시 녹지 공간을 찾아내고 녹지와 시민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공원 등 도시 속 녹지 공간이 미적 즐거움은 물론이고 신체활동 및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 등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간 도심 녹지와 시민 행복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일부 선진국에서만 진행돼 녹지의 긍정적인 영향이 범지구적인 현상인지,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따른 것인지 정확한 상관관계 파악이 어려웠다.

또 현장방문이나 항공사진은 시공간적 한계로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고해상도 위성인 센티넬-2 위성자료를 이용해 세계 60개국, 90개 도시의 녹지 면적을 조사했다.

우선 국가 인구의 10%를 포함하는 도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선명한 이미지를 위해 각 지역의 여름 시기를 집중 분석했다. 북반구의 경우 2018년 6~9월, 남반구는 2017년 12월~2018년 2월의 이미지를 적용했다.

이후 정량화된 도시별 녹지 면적 데이터를 국제연합(UN)의 '2018 세계행복보고서 및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자료'와 교차해 녹지와 경제, 시민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총괄 분석했다.

그 결과 국가의 경제적 상황과 무관하게 모든 도시에서 녹지의 면적이 넓을수록 시민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파악했다.

다만 60개 국가 중 GDP 하위 30개 국가는 경제 성장이 행복과 더 밀접한 관련성을 보였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8천달러가 넘는 도시에서는 녹지 공간 확보가 경제 성장보다 행복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우리나라 서울의 경우 도심 녹지의 면적이 과거보다 증가하면서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정우성 포스텍 교수는 "경제발전 단계에서는 경제 성장이 시민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경제가 일정 수준 발전한 뒤에는 다른 사회적 요인이 행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심 녹지 공간이 행복감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요인 중 하나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