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천재 이제석(이제석 글/ 학고재/ 2010년)

저 남자가 누군가. 덥수룩한 머리에 아랫도리만 가린 채 간판 위에 걸터앉아 망치로 간판을 찌그러뜨리는 저 남자, 낯설지 않다. 산야를 풀쩍풀쩍 뛰어다니며 사냥하던 저 남자가 어떻게 이곳 진천동까지 왔을까?
그는 이만 년 전의 원시인이다. 오랜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그를 이곳으로 불러낸 이는 물어보나마나 광고천재로 불리는 이제석 씨가 틀림없다.
광고는 그 도시의 이미지를 굵고 짧게 나타낸다. 달서구는 타 구(區)와 달리 선사유적이 많은 곳이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이제석을 통해 고정관념을 깼음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간판을 보고 지역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했을 수도 있겠다.
작가는 의대를 진학한 형과는 달리 중학교 때까지는 부모님의 걱정거리였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림으로도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의 말대로 죽도록 그림을 그려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 장학생으로 수석 졸업한다. 허나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취직을 못 한다. 그래서 미국의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 입학, 안셀모 교수와 둘시디오 교수를 만나면서 광고의 기본을 익히고 크리에이터로서의 교육을 받아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최고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에서 동상을 비롯하여 1년 동안 국제적인 공모전에서 29개의 메달을 딴다.
이 책은 옆에서 말하듯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1장 '판을 엎어라 룰을 바꿔라', 2장 '다르게 보라 거꾸로 보라', 3장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4장 '홍익인간 하리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곳곳에 선보여 감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창작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다른 시선으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이는 비단 광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 미술에서도 다르지 않다. 가치를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둘시디오 교수는 "좋은 광고는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야. 아이디어가 좋은 광고는 명쾌하고 단순하고 재미있다. 절대 돈지랄 하지 마."(p143)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의 말대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른 시각으로 볼 뿐만 아니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
"내가 공모전에 당선되는 이유는 나는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을 만들었다. 대신 그림으로 도전했다. 말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그림은 만국 공통이다. 그걸로 핵심을 건드린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해야 한다.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남들과 달라야 한다. 내게 이보다 명료한 노하우는 없었다."(p50)
이승엽 선수의 홈런 한 방에는 그만큼의 땀과 피가 들어갔듯,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는 3초의 강의를 위해 300분의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과 창조적 파괴,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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