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전에서 아마추어는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직업으로 삼지 않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 그리고 프로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독일 유학 생활을 경험하기 전에는 "프로는 반드시 아마추어보다 실력이 탁월한가?"라는 질문이나 법학을 전공하다가 피아니스트와 작곡가가 된 슈만 같은 음악가, 의학을 전공하다가 음악가가 된 경우, 러시아의 보로딘처럼 화학과 교수로서 음악 역사상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작곡가도 있다는 사실들, 그리고 서구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올림픽도 끝이 났으니 이젠 나의 전공에 집중하겠다"라는 인터뷰를 하는 일 등 때문에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와 능력에 대한 궁금증이 컸었다.
독일 유학 생활 동안 머물렀던 집의 주인은 함부르크에서 유명한 의사로 활동하던 분이었는데 종종 300km나 떨어진 고향집을 방문하면 2층에 있는 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쇼팽의 작품들을 자주 연주하곤 하셨다. 그리고 필자의 독일어 선생님이었던 동갑내기 친구는 그 당시 취미로 탁구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의 실력이 아마추어 선수로서 입상 경력이 매우 많았고, 프로로 전향하더라도 그의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실력자였다.
능력이 되면 거의 프로가 되기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무척이나 다른 사고가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어 있는 그들의 일상이 사회 문화 전반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필자의 몸에 부딪치듯 느껴지는 경험들이었다.
필자가 살던 집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이 있었다. 한번은 그 김나지움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날의 프로그램은 가벼운 서곡과 그 도시의 음대 작곡과 교수에게 위촉해 초연되는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었다.
프로그램에서 느껴진 놀라움은 예술고등학교도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음악동아리 오케스트라가 현대음악 작품을 초연하는 일이 예사롭지 않음과 그 연주 능력이 한국의 대학 오케스트라에서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완성도를 느끼게 한 점이었다. 물론 합주 능력은 구성원 개개인의 개인기 수준과는 다른 팀워크, 즉 앙상블의 능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
며칠이 지난 후 이날의 연주가 우리나라의 KBS FM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클래식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녹음 기술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방송은 그 음악회의 품격이 훨씬 더 높게 인식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케스트라 악장의 마지막 인사는 이미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감동을 주었다.
"저는 취미로 바이올린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악장으로서 저의 인생의 마지막 경험이 될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잘 마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음악인의 삶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저는 이제 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저의 전공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그 전공을 따라 한 직업인으로 평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주자로서의 이 경험이 평생 저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습니다."
수백 년간 배출된 독일의 이러한 많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클래식 음악예술의 나라 독일의 예술 수준을 견인하고 있음이 우리들에게 문화 선진국 대한민국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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