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 도지사, "구제역·AI에 이어 과수까지 땅에 묻어야 하다니요"

권영세 안동시장도 페이스북에 글 올려 안타까움
안동시청 공무원들, 10년전 구제역 악몽 되살아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세 안동시장이 안동시 길안면 과수화상병 발생 농장을 찾았다. 이들 단체장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세 안동시장이 안동시 길안면 과수화상병 발생 농장을 찾았다. 이들 단체장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경북도 제공

지난 4일 안동시 길안면 한 사과 농장에서 '과수화상병'이 경북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세 안동시장 등이 SNS에 글을 올려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특히, 과수화상병 예찰과 감염 사과나무 매몰작업에 나서고 있는 안동시청 공무원들은 지난 2010년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파동시 소·돼지 매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안동지역 경우 지난 2010년 11월29일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1년여에 걸쳐 소 3만4천900여두를 비롯해 돼지 10만8천두, 염소와 사슴 1천890여두 등 농가들에게 피와 살 같은 가축을 땅 속에 매몰시켜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안동시청 숱한 공무원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했으며, 일부 여성공무원들이 유산과 탈진 등으로 쓰러지는 등 전쟁통을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을 경혐하기도 했다.

안동시청 공무원 A씨는 "지난 2015년에도 구제역 발생으로 2천400여두의 가축을 땅 속에 묻었다"며 "공무원들 마음 한켠에 땅속에 묻는 매몰처리에 대한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다. 사과나무라도 땅 속에 묻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어느지역 공무원들보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안동지역에서 공직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가장 최악의 시간들이었다. 아직도 소·돼지 울음소리라도 들으면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며 "이제는 소나무 재선충에 이어 과수 화상병까지 발생하면서 나무들도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허탈할 지경"이라 토로했다.

안동시청 공직사회는 구제역과 AI, 재선충 소나무에 이은 과수화상병에 따른 사과나무 매몰 등 살아있는 무언가를 무조건적으로 땅에 묻고 살처분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들이다.

이같은 현실과 함께 현장을 찾았던 자치단체장들의 무건운 심경도 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길안 과수화상병 발생 농장을 방문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1,200㎡, 170그루 사과나무 전부 베어야 하다니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이 지사는 글에서 "소·돼지 구제역, 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로 얼마나 많은 가축을 매몰했는데 이제는 과수에도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원인도 모르는 세균성 과수 화상병..."이라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이 지사는 "교육, 예찰도 하고 막으려고안간힘을 썼으나, 방법없이 경북에도 발생했다"며 "길안 발생지역을 찾와와보니 기가 막힐 일이다. 작은 잎 하나에 발생한 병에 남의 땅 임대해서 7년 동안 금이야 옥이야 키운 사과나무 전부 매몰해야 하다니"라며 농민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권영세 안동시장도 페이스북에 올린글을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권 시장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본인탓이라 하시는 농가주 말씀에 가슴이 찡했다"며 "잎 하나에 발생한 병으로 그동안 키워왔던 사과나무를 모두 매몰해야 하니 농가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 전했다.

권 시장은 "농촌인력 감소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마져 원활하지 못해 농가들이 일손구하기가 어려워, 최근 공무원들과 함께 지역 과수농가를 찾아 열매솎아주기 등 일손돕기에 나섰는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과수농가를 덮쳤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단체장들의 안타까운 글에는 '경북에서 식물구제역이라니 매우 안타깝다', '전국 최고 명품 경북사과에 병이 들다니', '농민들의 마음이 타 들어갈 일이네요', '확산을 멈추고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등 많은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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