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뮌헨-BMW 박물관, 스웨덴 스몰란드-이케아 뮤지엄, 일본 나고야-도요타 박물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태동한 세계 주요 도시에는 해당 기업의 헤리티지(Heritage·유산)가 있다. 이를테면 BMW 박물관은 1916년 바이에른의 비행기 제조 회사로 출발한 BMW(Bayerische Motoren Werke)의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보여주는 곳이다. 죽기 전에 꼭 들러야 할 역사·문화·관광 유산으로 손꼽힌다.
대구 중구 인교동 삼성상회(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3월 사업을 시작한 곳, 현재 삼성의 모태), 이건희 전 회장 생가(삼성상회 당시 이 회장이 태어나 어린 시절 머물렀던 공간), 북구 침산동 제일모직(1954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모직공장)….
대구에는 천문학적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의 유산이 있다. 2010년 전후 대구테크노파크, 대구경북연구원 등 지역 싱크탱크 기관들은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후적지에 삼성의 기업 유산을 보여주는 '공간'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구상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산업 유산'을 글로벌 역사·문화·관광 공간으로 재창출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삼성의 기업 유산이 오롯이 남아 있는 도청 후적지 일대가 후보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안동·예천 이전에 따라 공동화가 불가피했던 경북도청 자리와 주변 제일모직 터, 삼성상회 등을 연계해 삼성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는 모든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을 대구에 짓자는 발상이었다.
국비 확보 실패와 정책 추진 의지 부재로 유야무야된 당시 구상은 10여 년이 지나 '이건희 미술관 유치'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만났다.
감정가 3조 원, 시가 10조 원 규모의 '이건희 컬렉션' 2만3천여 점 유치를 놓고 대구 등 전국 20여 개 지자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남부권 교통 허브로서의 입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 다른 유치 당위성도 차고 넘치지만, 무엇보다 대구는 삼성의 위대한 기업 유산을 계승, 발전, 확산시킬 수 있는 최적지이다.
이달 1일 대구시가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건립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헤리티지 센터는 단순히 이건희 미술관에 머무르지 않고 대구가 지닌 삼성의 역사 공간 및 스토리와 연계해 이건희 철학과 삼성 도전 정신을 계승, 발전, 확산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의미한다.
이건희 생가 공원을 조성해 이병철 고택과 오페라하우스, 제일모직 터를 연계하는 '이건희 투어 로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그 연장선상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지역사회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며, 영원히 번영하는 것이 위대한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대한민국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삼성에 대한 기업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삼성의 지역사회 공헌 여부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구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발원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보자'고 했던 삼성의 혁신과 도전 정신 역시 대한민국 기업 역사의 소중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대구와 삼성의 오랜 인연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라는 기폭제를 만나 지역사회에 영원히 번영하는 위대한 기업 유산으로 뿌리 내리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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