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어르신들은 다 돌아가시고 저만 홀로 남는다면 고향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예전처럼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마을로 되돌리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그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는 만큼 신발끈을 더 졸라매야죠."
경북 포항시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송라면 방석2리는 요즘 전국에서 주목하는 어촌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인근에 대규모 인프라사업이 진행되거나 부동산 투자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어촌만의 매력을 살린 공동체가 되살아난 덕분이다.
이곳은 2019년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주최한 전국어촌마을 전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해양수산부의 우수 '어(漁)울림마을'에 선정된 데 이어 어촌뉴딜 300 공모사업 대상지에 확정되는 겹경사를 안았다.
이 밖에도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우수공동체, 소규모 마리나항 사업, 수협중앙회 어촌사랑 자매결연, 경북어촌특화지원센터 등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확보한 예산이 무려 100억원에 육박한다. 방석2리에선 방파제 확장, 물양장(소형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 보수, 체험휴양 마을센터 조성, 수변공원 정비, 거무돌미역 공동작업장 조성을 2023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어촌계라 해봤자 할머니 해녀들을 포함해 20명 남짓에 불과한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마을의 유일한 50대인 황성진(58) 씨가 정착하면서다. 이곳 토박이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도시로 유학을 떠났다가 40년 만에 귀향했다.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낚시, 등산,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나 즐기며 조용히 노후를 보낼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쇠락한 고향의 모습에 안타까워 하던 중 우연히 어촌 관련 중앙·지방정부 지원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어르신들과 힘을 합쳐 하나 둘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주변 마을의 부러움을 살 정도가 됐습니다."
황 씨는 마을에서 어촌뉴딜300사업 사무국장,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총무를 맡고 있다. 급여는 따로 없지만 관련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2019년 어촌뉴딜 300 공모사업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에는 밤을 새워가며 사업 방향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각종 사업들이 마무리되고, 운영 시스템이 자리잡을 때까지 고향을 위해 봉사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 해양환경해설사 자격증, 농어촌체험지도사 자격증도 땄고 귀어귀촌 희망자에게 1대1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의 '귀어 닥터' 교육도 마쳤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고향 어르신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적지 않았다. 마을이 개발되면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아와 오히려 생활이 불편해지거나 더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역시 많았다.
그러나 주민들의 경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낡아서 사실상 버려졌던 건물을 빌려 다이빙숍을 차린 그가 인사도 열심히 하고 마을 청소도 열심히 하자 주민들은 어느새 그의 후원자가 됐다. 2019년 우수 귀어·귀촌인 대상 수상 인센티브로 그가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자 어르신들은 그에게 용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선진지 견학을 여러 차례 다니면서 마을에는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의욕이 넘치게 됐습니다. 특산품으로 연간 30톤가량 생산하는 미역 또한 미역포장재 사업을 통해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게 되면서 소득도 늘었고요. 대부분 외지인들이지만 인근 펜션 대표들께서도 수시로 좋은 의견을 주고 계십니다."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으로서 군 장교, 국방부 공무원 생활에서 터득한 행정 경험이 각종 사업 서류와 보고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됐다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고향 자랑도 잊지 않았다.
"저희 마을은 해양체험·휴양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춰 성공을 자신합니다. 풍광이 뛰어난 모래와 자갈 해변, 갯바위에다 인근에는 보경사군립공원과 경상북도수목원, 유명 골프장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칩니다. 앞으로 해녀 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운영해 전국에서 손꼽히는 어촌 체험휴양마을로 만들겠습니다.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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