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수도 로마 중심부에 '포로 로마노'(로마 포럼)가 자리한다. 로마시대 정치 중심지다. 이곳에 카이사르가 만든 원로원 의사당 쿠리아 율리아도 복원돼 있다. 쿠리아 율리아 옆에 있던 폼페이우스 회랑에서 카이사르가 BC 44년 3월 숨졌다. 그는 왜 암살됐을까?
영어 딕테이터(Dictator)는 독재자다. 로마시대 라틴어 딕타토르(Dictator)에서 나왔다. 딕타토르는 무소불위의 독재자라는 의미와 다르다. 로마에서는 공직자의 권한, 법률 테두리 안에서의 명령권을 임페리움(Imperium)이라 불렀다. 오늘날에는 제국주의, 황제정(Imperialism)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임페리움을 갖고 법의 정신을 구현하며 행정을 펼치는 공직자를 마기스트라테(Magistrate)라 칭했다. 현대 영어에서 판사를 가리킨다. 마기스트라테의 한 종류가 딕타토르다. 우리말로 독재관이다.
로마는 전쟁 같은 국가 위기 시에 오늘날 대통령 격인 집정관(Consul)에게 독재관 지위를 부여했다. 국난을 효율적으로 극복하라는 뜻이 담겼다. 로마가 국운을 걸고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전쟁을 치르던 2차 포에니 전쟁(BC 218~BC 202년) 시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임기는 딱 6개월, 1차례뿐이다. 그것도 전쟁 수행 같은 특정 업무 한 가지에만 제한적으로 임페리움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로마가 세세한 규정을 통해 독재관의 임페리움을 제한한 이유는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는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어기고 독재관 지위를 독재정치로 바꾼 사람이 BC 82년 술라다. 하지만, 술라도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독재관을 왕과 같은 영구적 독재정치 수단으로 바꾼 인물이 카이사르다. BC 49년 갈리아(오늘날 프랑스) 원정에서 돌아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독재관에 오른 그는 BC 47년 임기 5년 독재관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자리에 올랐다. BC 46년 4월 북아프리카 탑소스에서 공화파를 격파한 뒤, 10년 독재관 감투를 썼다. 이도 모자랐다. BC 45년 3월 에스파냐(스페인)에서 폼페이우스의 두 아들을 물리친 뒤, BC 44년 1월 종신 독재관이라는 사실상의 왕이 됐다. 물론 원로원 투표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서다. 그리고 BC 44년 3월 15일 공화정을 지키려는 브루투스(카이사르의 애인 아들)와 카시우스 등 원로원 의원들에게 암살됐다. 카이사르와 함께 독재관이라는 지위도 사라졌다. 카이사르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카이사르 누나의 손자)가 제멋대로 임페리움을 행사하는 황제정을 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정책에서 보여주는 임페리움 행사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쌓아온 전통과 품격에서 크게 벗어난다.
재판받는 형사 피고인 신분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술에 취해 폭행한 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사임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문재인 정부 33번째로 야당 동의 없이 일방통행으로 임명한 장관급 인사 김오수 검찰총장, 피고인 신분에서 승진한 이성윤 서울고검장, 독직 폭행 혐의 피고인에서 승진한 정진웅 검사장…. SBS 법조 전문 임찬종 기자는 "박범계, 이성윤, 정진웅, 법무-검찰의 요직에 형사 피고인이 세 명이나 포함된 '트리플크라운'"이라고 풍자했다. 이용구 차관까지 치면 '그랜드슬램'이란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총장 임명식에서 '공정한 검찰'을 주문한다. 2천 년 전 공화국 로마를 왕정으로 바꾼 '임페리움', 권한의 사유화다. 주권자인 국민이 준 권한을 제 것으로 사유화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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