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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상 피해자들이…" 성폭행 피해 사망 여중생 아버지의 호소

사건 현장에서 숨진 여중생들 추모하는 시민.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건 현장에서 숨진 여중생들 추모하는 시민. 자료사진 연합뉴스

"공군 여중사부터 광주 여고생까지 왜 우리 사회는 항상 피해자가 극단 선택을 해야 하는 겁니까."

청주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친구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성폭력 피해 여중생의 아버지 A씨가 10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A씨 딸은 지난달 12일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친구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보아 두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후 A씨의 딸이 성폭력 피해조사를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다. 가해자는 함께 숨진 친구의 의붓아버지 B씨로, 함께 숨진 친구는 B씨로부터 학대를 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B씨에 대해 수사를 벌여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 등의 이유로 영장을 반려했고, 이후 검찰과 협의를 통해 보완수사 후 지난달 20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해 25일 B씨를 구속했다.

A씨는 "딸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지 2주일이 지나서야 다른 친구 부모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었다"며 "가해자가 다름 아닌 친구의 아버지여서 딸 아이의 고통과 고민이 더욱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 사건도 가해자에 대한 영장이 왜 3차례나 반려됐는지 이해 가지 않는다"며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등진 뒤에야 가해자가 구속되는 등 매끄럽지 못한 일련의 수사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피해자를 내 가족처럼 여겨 더 세심하게 보듬고 보호한다면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에 우선한 성폭력 대응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는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두 명의 중학생을 자살에 이르게 한 계부를 엄정 수사하여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엄정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1시까지 14만9천327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답변을 듣기 위해 5만여명의 동의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A씨는 "아버지가 가엾은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사건이 많은 분께 알려져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멈추게 하는 게 목표"라며 "가해자와 그의 가족한테서 아직 어떠한 사죄도 받지 못했다"며 "끔찍한 성범죄를 응징하고 법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꼭 국민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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