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을 앞세운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취임하면서 1년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TK) 지방의원들이 때 아닌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 신임 대표가 이른바 '공천자격시험'을 통한 선출직들의 공개경쟁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자료 해석과 독해·표현, 컴퓨터 활용 등 당에서 제시하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공천을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도 "가장 먼저 추진할 변화는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구체적 설계와 토론배틀, 연설대전을 통한 대변인단 공개경쟁선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임 당 대표의 파격적인 공약에 당장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전국에서 가장 강한 TK의 특성에 따라 이들은 실제 선거보다는 '경선과 공천'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왔다. 자연스럽게 관변단체 및 소속 정당의 행사나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지역사회와 스킨십 하는 일이 '공천 공식'이 됐다.
그러나 이 대표의 취임과 함께 이런 공식이 송두리째 뽑혀나가고, '실력'에 따른 공천이 이뤄질 분위기가 조성되자 일각에선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이 대표가 공천자격시험의 예시로 든 컴퓨터 활용능력이나 토론 등에 익숙하지 못한 중·장년층 지방의원들의 불만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구시의원은 "지방의원에겐 엑셀이나 컴퓨터 활용보다 지역 활동이나 정책 입안, 주민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항변하면서 "그런 건 잘 못하더라도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정책을 제안하고, 열심히 할 사람을 찾으면 되지 컴퓨터 시험에 스피치까지 시험을 본다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14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도 공부를 못 한다는 이유로 공천조차 못 받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공부를 못 하더라도 주민과 애환을 함께하고 그 뜻을 지역정치에 반영할 수 있다면 훌륭한 지방정치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실제 그런 사람을 많이 봤다. 시험을 통해 걸러내겠다는 발상에 동의하기 어렵다. 자격이 꼭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시험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나 비교적 젊은 정치인을 중심으로는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다. 소위 '지역 유지'나 전직 관료들이 손쉽게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공식을 깨고,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이준석 대표의 당선에 힘입어 지역 정치권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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