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문경 터줏대감(?), 귀촌인 발길 막을 암석·펜스 설치…왜?

귀촌인 유입 및 정착 협조해야할 주민자치위원장 및 이장이 귀촌인과 갈등
"문경은 텃세 없다" 귀촌1번지 홍보하는 문경시 현지인 ‘텃세’ 비춰질까 우려

주민들이 수십년간 사용해온 문경시 마성면의 한 관습도로 한 복판에 지난달 말부터 울타리가 설치되고 암석들이 놓여졌다. 고도현 기자
주민들이 수십년간 사용해온 문경시 마성면의 한 관습도로 한 복판에 지난달 말부터 울타리가 설치되고 암석들이 놓여졌다. 고도현 기자

경북 문경시 마성면 한 마을 이장이 자기 땅이라며 기존 도로 한복판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바위들을 무더기로 깔아놓아 '텃세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 이장이자 문경시 주민자치위원회 회장인 A씨는 지난달 말쯤 자기 집과 도자기 생산부지 3천700여㎡에 포함된 폭 2.5m의 도로에 차량이 지나갈 수 없도록 바위 10개 가져다 놓고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다.

해당 도로는 수십 년간 마을 주민들이 농기계, 차량의 출입로로 사용해 왔으며, 주민들이 시청에 건의해 아스콘 포장까지 돼 있다.

개인 땅에 도로 포장을 하려면 땅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A씨도 사실상 관습도로로 인정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유지라도 오랫동안 사용해 온 관습도로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A씨의 행위 때문에 도로가 반으로 갈라진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은 "이장이 뭣 때문에 이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A씨의 행위로 가장 큰 곤란을 겪는 이는 퇴직 후 한적한 전원생활을 기대하고 문경에 귀촌한 B씨다. B씨는 지난해 주택을 짓기 위해 땅을 알아보던 중 A씨 땅 바로 옆 1천120㎡ 부지가 경매에 붙여지자, 최고 입찰가로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도로가 막히면서 집을 지을 수 없게 됐다. B씨는 A씨의 행위가 지난해 경매과정에서 A씨의 딸이 해당 부지를 낙찰받지 못한 앙갚음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A씨가 경매 직후 '그곳에 집을 짓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주민들이 수십년간 사용해온 문경시 마성면의 한 관습도로 한 복판에 지난달 말부터 펜스가 설치돼 있고 암석들이 놓여져 있다. 고도현 기자
주민들이 수십년간 사용해온 문경시 마성면의 한 관습도로 한 복판에 지난달 말부터 펜스가 설치돼 있고 암석들이 놓여져 있다. 고도현 기자

이에 대해 A씨는 "만약 딸이 낙찰받았다면 진입로가 내 땅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지만 B씨는 반드시 나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하는데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문경시는 '귀농귀촌 1번지 문경' 홍보에 협조해야할 A씨의 행위가 귀촌인에 대한 '텃세' 등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문경시 관계자는 "사유지 관습도로의 통행방해 행위는 상호 합의가 우선"이라며 "다만 현장 점검결과, A이장 땅에 허가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들이 있고 위성지도상 국유지 경계를 침범한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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