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응춘 씨 막내동생 이병희 씨

이응춘 씨 막내 동생 이병희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이응춘 씨 막내 동생 이병희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초가집도 없애고 비포장도로도 확장하던 1960년대. 새마을 사업이 한창이던 시절, 시골 사람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논, 밭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살아갔다.

그 당시는 노동력이 부족한 탓인지 한 가정에 보통 자녀들을 5~6명씩 낳아 힘들게 키우던 시절이었다. 우리 집도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예외일 수 없었다. 집은 가난했지만, 우리 부모님도 4남 3녀의 형제자매를 낳아 키우셨다. 나는 장남이고 동생 병희는 4남으로 막냇동생이었다. 그렇다 보니 나와 병희는 무려 16살이나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 막냇동생은 어린 꼬마였기에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자그마한 산골 마을이었다. 고개를 들면 하늘만 보이는 심산유곡의 땅,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이다 보니 초등학교와는 거리가 10리 길이요, 읍내와는 30리 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중학교 입학 후 읍내에서 자취생활을 하게 됐다. 매주 토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면 농사를 짓던 고향으로 가기 위해 완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속 길, 언제나 무서워했던 묘지 옆을 지나 고향마을에 들어서면 가족들은 참 반갑게 나를 맞이해줬다.

어린 형제, 사촌들과 함께 논밭에서 비료를 뿌리고 잡초를 뜯고 뙤약볕에서 농약을 치던 아버지가 든 분무기 줄도 잡아 드렸다. 아직도 그때 그 시절이 생생하고 그립다.

이렇게 들녘에서 일하다 해 질 무렵 키우던 소를 끌고 나이 어린 동생들과 소 꼴을 하러 가던 그 시절이 몇 년 전 같은데 벌써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너무 빠르고 야속하기만 하다.

검정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지만, 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도와 드려야 하니 공부는 뒷전이었다. 무쇠솥에 밥을 짓고 아궁이에 나무를 집어넣어 성냥으로 불을 지펴 군불을 모아 잠을 자는 방바닥이 따습도록 온기를 넣어야 했다. 지게와 갈고리를 들고 산으로 가 소나무 잎을 모아 키보다 더 큰 나뭇짐을 메고 동생들과 함께 힘겹게 집에 돌아오곤했다.

어린 나이에 동생들과 함께 일을 하고 나면, 금방 허기지고, 배가 고파 고구마와 감자를 삶아 먹고, 구워 먹고, 농번기에 군말 없이 힘들게 일하셨던 부모님 일을 도와줬던 동생들이었는데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한다. 교통사고로 남동생은 떠났고, 막냇동생도 20여 년 전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60대 중반인 나는 동생들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몇 남지 않은 사진으로 대화를 나눠본다. 너와 함께 고사리 같았던 손으로 함께 추수와 탈곡, 새끼꼬기도 했었지.

여름 시작 전 함께 했던 모내기, 겨울이면 고드름 따먹기, 가을엔 쥐불놀이, 날씨가 화창한 날에 하던 자치기 놀이, 숨바꼭질, 알밤 줍기 모두 그 손짓 눈빛 하나하나가 엊그제 같은데 가슴이 아리도록 그립구나. 추수 끝난 논, 밭에 나가 벼 이삭줍기, 고구마와 감자 캐고, 참깨 털던, 배는 고팠지만, 추억이 많던 그 시절들이 왜 이렇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그 고사리 같던 병희 너의 모습이 참 그립구나. 보고 싶다.

아직 살아있었다면 막냇동생 병희도 결혼해서 40대 후반이고, 명절이나 제삿날에 다른 집처럼 우리 형제들도 오순도순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막걸리 한 잔을 함께 하면서, 정담을 나눌 것인데 너무 일찍 서로 이별을 했기에 형제들이 모임을 하는 다른 가정을 보노라면 너무나도 부럽고 동생들이 목이 메도록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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