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0시쯤 대구 동성로 한 주점. 영업시간 제한으로 취객들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50여 명이 앞뒤로 뒤엉키며 주점을 나왔다. 이들은 "아직 10시밖에 되지 않았다. 토요일이니 더 놀아야 한다"며 귀가를 미뤘다. 사람들은 인근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이거나 유원지 등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경북대 센트럴파크. 돗자리를 깔고 모인 사람들은 술과 음식이 가득한 밤문화에 한창이었다. '머물지 않고 산책만 즐겨주세요. 마스크 착용은 의무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있었으나,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사적 모임 수칙을 어기고, 8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동성로 주변과 대학가로 이어진 술판
대구에서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완화된 첫날, 가게가 문을 닫은 늦은 밤 시민들은 공원이나 유원지 등 야외로 몰렸다. 이들은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제한 수칙도 잘 지켜지지 않는 등 방역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이날 주점과 식당을 마지못해 나온 취객들은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택시 잡는 곳에서 만난 A(25) 씨는 "시간이 10시밖에 되지 않아 토요일을 더 보내려고 한다. 수성못에 친구들이 자리를 잡아놨다 해 택시를 타러 왔다"고 했다.
동성로 인근 2·28기념중앙공원에서는 취객들이 벤치에 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일부는 자리를 비울 때 짐을 올려두기도 했다. B(30) 씨는 "술집들 영업시간이 짧아 제대로 못 즐겼고, 지하철이 끊기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며 "공원에서 2시간 정도 술을 더 마시다 가기 위해 배달음식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경북대 센트럴파크에도 사람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개인 돗자리를 준비한 경우도 있었다. 5인 이상 모인 데다 마스크 없이 고성방가를 해도 제재하는 사람은 없었다. C(27) 씨는 "운영시간 제한과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른 시간부터 집과 가까운 경북대로 왔다"고 말했다.


◆수성못과 동촌유원지에도 사람들 몰려
이날 오후 10시가 지나자 수성구 수성못 편의점 앞 계산대에는 줄이 길게 늘어졌다. 손님들은 대부분 양손에 술과 안주거리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편의점 옆 야외 벤치를 앉거나 물가에 돗자리를 펴놓고 음주를 즐겼다.
수성못 인근 편의점 3곳을 확인한 결과, 한 곳당 6~9개 탁자가 모두 만석이었다. 탁자 간 간격은 불과 30㎝도 되지 않는 좁은 간격이었고, 대부분 이용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 편의점 직원은 "술 판매가 늘어 냉장고 안의 주류 코너 중 일부가 비어있다"며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된 후 수성못에서 음주를 즐기는 손님들이 확 늘었다."고 말했다.
음주를 즐기는 인파는 넓은 잔디밭 광장에도 가득했다.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5인 이상 모여있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술을 마시는 모습에 운동 나온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수성못 야외무대에서 만난 D(42) 씨는 "근처에 살며 저녁이면 가족들과 수성못 둘레를 운동 삼아 돈다"며 "최근 수성못 인근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며 술 먹는 인파가 부쩍 늘고 공공화장실 등 시설을 이용할 때 동선이 겹쳐 걱정이 된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동촌유원지는 커다란 술판이 벌어졌다. 운동하는 시민들과 가족들과 산책 나온 인파와 취객들이 뒤섞인 수성못과 달리 동촌유원지를 찾는 대부분 이용객들의 목적은 음주였다.
이들 중 일부는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거나 옆 사람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본인들이 챙겨온 스피커의 소리를 높여 노래를 들었다. 유원지 곳곳에는 버린 소주병과 과자가 널브러진 경우가 보인 경우가 허다했다. 자정이 넘어서자 곳곳이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동촌유원지에서 1년 넘게 재활용품 수거 일을 해왔다는 E(72) 씨는 "최근 동촌유원지에서 술을 먹는 인파가 배로 늘어 쓰레기가 훨씬 많아졌다"며 "내용물을 제대로 비우지 않고 버리는 탓에 분리수거를 하려면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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