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세대교체'라는 말이 화두처럼 떠오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청년 정치인 인재풀은 보수정당과 비교해 넓지만, 당내 주류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밀어내고 올라올 '민주당의 이준석' 재목이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여권에서는 차세대 정치리더로 재선의 박주민(48) 의원과 박용진(50) 의원, 김해영(44) 전 최고위원 등이 포함된 이른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를 먼저 거론한다. 연령대를 아래로 내리면 '초선 5인방'으로 불리는 장경태(37)·장철민(38)·전용기(30)·이소영(36)·오영환(33) 의원과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김남국(38) 의원 등 2030세대가 있다. 원외에 이동학(39) 최고위원, 박성민(25) 전 최고위원도 있다.
문제는 김해영 전 최고위원이나 '초선 5인방'처럼 젊은 정치인들이 86세대와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주류 세력이 참여정부 때부터 형성한 조직을 기반으로 '원팀'을 강조한다. 여기에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에도 강성 친문(친문재인) 당원들이 민심과 유리된 개혁노선을 고수하면서 이견을 '사쿠라'라고 매도하고 있다.
지난 3일 당내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조국 사태나 부동산 문제 등 강성 당원이 민감해하는 현안에 쇄신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러한 속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13일 출간한 대담집 '세계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한민국'에서 "86세대들은 정치 중심부에 올라왔는데 과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처럼 새로운 세대의 에너지를 빨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자성했다.
'유승민계'로 꼽히는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SNS에서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 등을 향해 "86 정치인들의 앵무새"라며 "아무 소신 없이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은 수많은 청년 정치인을 향한 기만"이라고 저격했다.
반면, 이 대표 당선을 보수정당의 세대교체로 해석하기 어려워 민주당이 마냥 다급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을 임명할 때 중진 의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대교체를 하고 싶어도 세력이 없어서 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1980년대 이래 세대교체 때마다 '지역갈등 해소', '3김 정치 청산' 같은 명분이 있었지만, 이 대표의 명분은 '문재인 정권 심판'에 그쳐 세대교체 명분으로 약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의 지속적 활동 토양을 마련해주지 않은 점은 문제다. 86세대도 이번을 계기로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인지하고 당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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