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대구경북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 출범으로 야권에 대한 희망이 커지는 것과는 별개로 지역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바닥임이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설사 정권을 획득한다고 해도 대구경북의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될 가능성은 제로다. 텃밭에서 애써 농사를 지어도 과실은 딴 사람 차지라는 얘기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예산만 챙긴다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적극 대처는 물론 전국적 이슈를 선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를 못하니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5선의 주호영 의원이 대구경북에서마저 큰 격차로 3위에 머문 것은 우선 본인의 역량 부족 탓이 크다. 이번에 지역 국회의원들 중 주 의원 당선을 위해 적극 뛴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원내대표까지 지냈음에도 지역 의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그의 한계다.
지역 의원들도 문제. 성에 차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역 최다선 중진 의원이 선거에 나섰다면 지역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지원에 나서는 것이 맞았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하나로 뭉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결정적인 순간에 지역의 힘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사안마다 일치단결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 이익을 위해서는 한 번쯤 단합된 행동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의원들의 목소리가 당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변화를 원하는 여론‧당심을 되돌리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런데 본인 지역구 진성당원들 마음조차 움직일 수 없다면 과연 당협위원장 자격이 있을까.
지역 의원들을 이렇게 매몰차게 비판하는 것은 너무 속이 상해서다.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25명이나 되는데도 뚜렷한 지도자감이 없다. 다른 지역의 의원들은 이슈마다 선제적 대응으로 곧잘 여론의 주목을 받는데 우리는 인물다운 인물 한 명 보유 못 한 게 안타까워서다.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잘못된 의견을 발표해도 혹시 차기 공천에 지장을 받을까 봐 아무런 대꾸도 못 한다. 지도부와 각을 세우면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수도권이나 부산 의원들과 비교된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까닭에 지도부에 찍소리도 못 하다 보니 선수(選數)가 높아도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로 이준석 체제가 출범했다는 건 정치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변화 바람은 향후 이 대표가 있건 없건 현실이 된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대구경북에도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을 뽑자는 열풍이 강할 것이다. 이는 현 국회의원들의 대거 물갈이 요구와 직결된다.
이 대표가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끌지 알 수 없지만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변화가 불어닥칠 것이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에 대해 소정의 자격시험까지 칠 태세로 선거 분위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기존대로 관료‧지방의원 일색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실력 있고 패기 있는 정치 지망생들과 청년 여성 등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그 실험 지역은 대구경북이 될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변화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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