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 블랙 대비해야

박혜진 (주)청아교육상담소 소장(선린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박혜진 (주)청아교육상담소 소장(선린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박혜진 (주)청아교육상담소 소장(선린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코로나 팬데믹이 불어닥친 지난해에 '코로나 블루'는 '무기력, 우울, 권태, 무력감, 공허함' 등의 감정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해를 넘어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레드'라는 말이 등장했다. '분노, 화, 짜증'으로 사람들의 감정이 외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단계는 뭘까. '코로나 블랙'이 올 것으로 보인다. '희망 상실, 고독, 슬픔' 등 언제 끝날지 모르는 환경 속에서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 특히 어르신들 사이에서 '좌절과 절망'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2월, 대구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몰아닥친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구로 가자! 대구를 살리자!'라는 희망 메시지를 보면서, 나도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대구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내가 한 일은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혼자 힘들어하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 들어 주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담당 기관과 연결해 주는 전화 상담이었다. 할머니가 코로나19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손녀 혼자 있어야 하는 등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았다.

상담자가 하는 일은 동반자처럼 늘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리더처럼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다. 내담자(상담받는 자)가 혼자 힘으로 스스로 잘 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상황은 변화하지 않지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상담의 핵심은 자신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내담자의 신발을 신어 본다는 생각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대화를 하면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다. 결국 서로의 마음에 위안을 나누고 서로에게 전하는 온기가 절실한 것이다.

건조한 현대의 사회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의 감정은 마치 핵폭탄과 같이 위험한 상태로 존재하곤 한다. 이를 다독이기 위해선 진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본다'라고 오스카 와일드는 얘기한 바 있다. 하버드 그랜트 연구에서는 타인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새로운 사고에 개방적이며,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하고, 초라함을 기쁘게 감내할 줄 알며,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매사에 주체적이며 자율적으로 놀이를 통해 삶을 즐기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볼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드러난 상처는 더 이상 고통이 아니듯 인정해야 변화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잘 소통하고 있느냐다. 코로나 블랙이 왔을 때 복구, 개혁, 가치 등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우리 시민들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에게나 스트레스가 있고 또 휴식이 필요하듯 상담 역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상담소의 문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로나 블랙 시대에 국가적 차원의 마음 치유 대책도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여러분의 삶을 뜨겁게 응원하겠습니다!' 힘들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일하는 시민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다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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