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꼰대 정치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자주 쓰이면서도 표준어가 아닌 단어로 '꼰대'가 있다. 꼰대는 권위를 앞세우고 훈계질하는 어른, 기성세대를 일컫는 은어다. 전 국민이 다 쓰지만 어원은 분명치 않다. 번데기의 방언인 '꼰데기'에서 왔다는 설, '곰방대'를 축약해서 만든 조어라는 설이 있다. '백작'을 의미하는 영어·프랑스어 'comte'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1920년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사에 '곤대짓'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지위 높은 사람이 거들먹거리는 것을 지적하면서 두 신문은 이 표현을 썼다. 1966년 경향신문은 "탈선 10대들이 '아버지'를 가리켜 '꼰대'라는 은어를 쓴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70년 "KBS 연속극 '수다스런 계절'에서 '꼰대'가 선생님을 낮추는 말로 사용된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도 실었다.

꼰대는 자신의 사고에 지나친 확신을 가진다.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다름을 인정할 줄 모른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능력이 아니라 나이 또는 서열이다. 공감 능력도, 공감하려는 마음 자세도 없다. 내로남불도 꼰대짓의 전형적 특성이다. 이런 꼰대가 환영받는 사회는 없다. 인간은 자신에게 직접적 피해가 없더라도 타인의 이기적 행동에 반감을 가진다. 꼰대짓에 대한 거부감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다.

공정과 형평성 훼손에 민감한 요즘 젊은 세대들의 분노가 '기득권 꼰대'로 향하고 있다. 꼰대에 대한 반감은 지난 4·7 보궐선거와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무섭게 표출됐다. 진보임을 자처하던 더불어민주당은 '586 꼰대당'으로 낙인찍혀 2030세대로부터 처절히 버림받았다. '꼰대당' 이미지에 허덕여 온 국민의힘에서는 약관 36세의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는 대파란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정치판에 2030세대는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민주당 지지 기반으로 인식돼 온 이들이 국민의힘 지지층이 된 것은 이들이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정치가 현실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에 눈을 떴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꼰대로 상징되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이들의 거부감이 어느 진영으로 향할지는 예단키 어렵다. 분명한 것은 꼰대 낙인이 찍히면 정치적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흥미진진한 정치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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