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민망한 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 논란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갑 지역위원장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갑 지역위원장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갑 지역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연기를 두고 후보자들과 당 내부에서 논란이 있다.

원칙대로라면 6월 21일 즈음에는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경선 일정을 포함, 180일 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경선 원칙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 차이와 의원들의 찬반이 엇갈리는 데다 대선기획단 구성도 늦어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박영선 후보와 우상호 후보의 경선은 밋밋하게 끝났다.

부산시장 경선도 민주당은 김영춘 후보로의 '답정너' 경선이었던 것에 비해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 이언주 후보의 경선은 막장 드라마를 보는 재미라도 있었다.

선거 구도와 인물, 프레임에서 이미 결과는 예측이 되었다. 연이어 한 달여 차이를 두고 진행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당 대표 경선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관심과 흥행을 비교해도 민주당의 걱정과 우려는 더 깊어진다.

질의응답이나 상호 토론도 없이 후보들의 엇비슷한 유세를 순서대로 듣다 보면 후보 검증을 온 건지 자리를 채우러 온 건지 헷갈린다. 나란히 책상에 앉아 준비한 원고를 읽는 TV 토론은 당원이라는 의리가 없었다면 벌써 채널을 돌렸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에서 볼 수 있는 너무나 익숙한 당내 경선 풍경이다.

한국 헌정사 최초로 제1야당 당 대표가 된 36세 청년 이준석의 돌풍에 기존 정치권은 당황했고 국민들은 열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선에서 역대급 흥행을 이끌었다.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호불호가 있지만 그의 흥행몰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대선은 코앞인데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 내에서 경선 연기를 놓고 찬반 논란이 되고 있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후보 보호'와 '경선 흥행'이다. 선거는 상대적인데 후보가 빨리 선출되면 잦은 언론 노출로 이미지가 소비되고, 상대 당의 공격을 더 오래 받아야 한다. 경선 시기가 휴가철이라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기에 11월 코로나 집단면역이 달성되고 정상적 경선이 가능할 때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면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 온 민주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놓고 보면 '소탐대실'하는 기회주의적 발상이다. 선거는 국민들께 후보를 홍보해서 지지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소통과 홍보 시간은 많을수록 좋다. 상대 당 후보보다 불과 2개월 빠른 노출로 이미지가 훼손될 후보라면 애초에 선출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정치'를 명분으로 '재·보선 원인 제공 시 당 후보 무공천'이라는 당헌까지 개정해서 출마했던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또다시 원칙을 버리고 경선 일정마저 연기한다면 국민들은 민주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고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지켰던 것은 유불리를 떠난 원칙과 정치적 소신이었다. 선거에서는 DJP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같은 극적인 드라마를 통해 국민들의 환호와 지지를 확보했다. 경선 흥행의 핵심도 결국 시간이 아니라 원칙 준수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매력적 후보와 구도였다.

지금 민주당에 절박한 것은 경선 후보들의 유불리에 따른 속셈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경선 연기가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신뢰감과 자신감이다. 지금까지의 고리타분한 경선 방식과 과감히 결별하고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참신한 경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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