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에서 직장 상사들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여성 노동자(매일신문 15일 자 6면 등)가 숨지기 전 동료에게 피해 사실을 토로하는 육성 녹음이 16일 공개됐다. 이 녹음에는 가해자들의 폭언 등에 벼랑 끝까지 몰린 피해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는 이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여성 노동자 A씨가 동료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A씨가 B건설의 공사현장 화재 감시원으로 채용되기 전인 지난 4월 22일, 출근 후 보름쯤 후인 지난달 11일, 극단적 선택 전날인 지난 9일 등 모두 3개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동료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며 새 직장생활을 기대하면서도 여성이 자신 혼자여서 적응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지난달 11일 녹취록에서 A씨는 동료에게 화재감시 업무 외에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이 맞는 건지 물으면서 "짐을 다, 모든 짐을 나보고 다 치우라고(시킨다). 이제까진 해왔는데 자꾸 도가 너무 넘어선다"고 토로했다.
A씨의 분노는 지난 9일 터졌다. 이날 A씨는 오후 10시 30분쯤 동료에게 "웬만하면 말하지 말고, 안 하고 참자(생각하고) 힘든 거 다 참아냈다. 누가 뭐라 해도 속 시끄러운 게 싫으니까 다 참자(했다)"면서 "나 '유서 쓸까?'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누가 들어오면 이런 대접받지 말라고"라며 통곡했다. A씨는 상사들이 자신에게 욕설을 하며 함부로 대한 사실도 털어놓으며 "내일 가서 (일을) 못한다고 얘기하고 들어오려고 한다. 아니면 매일 죽고 싶을 거 같다"는 심경도 밝혔다.
대화 마지막에서 A씨는 "정말 열심히 했다. 허리가 진짜 아파 죽을 만큼 열심히 하고 다리가 끊어질 정도로 했다"며 일을 그만두는 미안함을 동료에게 전했다.
A씨는 지난 10일 오전 노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이를 안 가해자들이 A씨에게 자신들의 행위를 부인하고 고성을 지르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A씨는 피해 신고에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이날 오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플랜트노조 포항지부 관계자는 기자회견장에서 "가해자인 현장 관리자 2명에 대한 구속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 노동부도 즉각적인 특별 근로감독과 다른 피해 상황이 있는지 건설현장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며 "모든 관계기관은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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