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도권 철도망 확충 밀어붙이며 달빛철도 패싱하는 집권당

전국의 주요 철도 노선을 고속화하는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집권 여당이 정치 논리를 들이대며 개입하고 있다. 사업성 및 경제성이 떨어져 정부 주무 부처가 반대하는 수도권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을 이낙연·송영길 등 여권 실세들이 잇따라 나서 관철시키려 드는 모양새를 보니 가덕도신공항 밀어붙이기와 판박이다. 이 정도면 고질병급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경기도 김포와 부천을 연결하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속칭 '김부선') 서울 강남 연장이다. 인천 및 경기 서부권 주민들이 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사업성 및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김부선의 강남 연장 구간은 서울지하철 2호선과 노선이 겹친다. 김부선이 강남까지 연장되면 서울의 도시철도 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2호선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지하철과 경로가 중복되는 철도망을 까는 데 6조 원 내외로 추정되는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정치적 논리의 발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더 있다. 김부선의 강남 연장이 대구-광주를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 건설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달빛내륙철도는 6월 확정 발표될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지만 안 그래도 코로나19 추경예산 편성으로 빠듯한 재정 상황에서 김부선 연장 결정으로 인해 물 건너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달빛내륙철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 운영 과제 중 하나인데도 4년 내내 찬밥 신세를 당하다가 이제 수도권 철도 확충에도 밀리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현 집권 세력의 머릿속에는 온통 선거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정부의 장기 정책도 하루아침에 뒤엎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라 살림이 거덜 나든 말든, 수도권 집중화가 더 심해져 국토균형개발 가치가 땅에 떨어지든 말든 아랑곳 않는 여권 실세들의 마인드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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