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청년이 있다. 이름은 유만주(兪晩柱, 1755~1788). 만 20세부터 33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흠영(欽英)'이라 이름 붙인 일기 스물네 권을 쓴 조선 선비다. 우리 역사에 숨어 있는 존재를 발굴해 현대 독자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소설로 형상화하는 '역사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시리즈의 네 번째 권으로 설흔 작가가 유만주의 삶을 그렸다.
내향적인 성격에 철마다 과거 시험에 응시하는 것 말고 다른 공식적인 활동이 없었던 유만주가 오로지 바랐던 바는 글을 잘 쓰는 것이었다. 그것도 역사에 관한 글을 멋지게 쓰고 싶었다. 절대 무명이라 할 그는 사마천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위대한 역사가가 되길 소망했다.
역사 속 인물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소설가 설흔은 청년 유만주를 소년 유만주로 설정하고 그가 폼나는 글을 쓰기 위해 벌였던 일을 슬랩스틱 코미디를 방불케 할 만큼 유쾌하게 되살렸다. 소년이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한 당대 최고의 문사였던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을 등장시켜 극의 흥미를 더하고, 두 사람의 대비를 찰지고도 재미나게 서술한다.
소년 만주는 박지원에게서 폼나는 글쓰기의 비법을 배웠을까? 18세기 조선에서 박지원류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일으킨 정치적 파장 속에서 소년 만주는 어떤 생각을 하며 글을 썼을까?
역사 속 인물의 삶과 사상을 들여다보고, 상상력을 보태어 생생한 인물 묘사를 바탕으로 한 글을 쓰는 작가 설흔의 저서로는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공저),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우정 지속의 법칙' 등이 있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224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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